이재용 운명 어디로…'삼성 합병의혹' 구속심사 시작

검찰과 치열한 공방 예상…이날 밤·9일 오전 결과 나올 듯

디지털경제입력 :2020/06/08 10:52    수정: 2020/06/08 16:0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 지을 '운명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8일 법원에 출석했다. 이번 심사는 구속 여부뿐 아니라 막바지에 이른 삼성과 검찰의 승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2분께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시 30분부터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청구된 구속영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다.

심사가 진행되는 건물 앞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변호사들과 차에서 내린 이 부회장은 법원 포토라인에서 ‘불법합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있느냐’, ‘하급자들 수사과정에서 보고있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는데 여전히 부인하는 입장인지’, ‘3년 만에 영장심사 선 심경 어떠신지’ 등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한 채로 법정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1년 8개월 가량 수사를 이어왔다.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지난 4일에는 이 부회장 측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 측이 검찰의 기소 여부의 타당성을 따져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한 지 이틀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일 오전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구속심사를 통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이 부회장 측이 요청한 수사심의위 카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면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 외부 인원으로 구성돼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관련 수사 계속 여부, 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평가한다.

다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형사소송법 제 70조에 따르면 구속의 사유를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로 두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 총수인 점과 장기간 수사 동안 검찰 주장대로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만큼 증거 인멸의 우려가 낮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기업의 수사심의위 요청에도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면서 수사심의위 절차 진행과 평가도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다.

이처럼 구속 여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인 만큼, 이날 이 부회장 측과 검찰 측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며칠 간 삼성은 검찰의 주장과 관련 보도에 대해 정면 반박하는 공식 입장문을 잇따라 발표하며 치열하게 맞서왔다.

이번 수사는 2018년 7월과 11월에 걸쳐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이뤄졌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1년 8개월 가량 수사를 이어왔다.

검찰 서울중앙지검 청사 (지디넷코리아)

검찰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이 부회장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뜨려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려 했다고 보고 영장에 자본시장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0.35주로 비율을 맞춰 합병 승인이 가결,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 중이던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이 높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까지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변경 의혹도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공시누락 등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맞다고 보고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영장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 회계처리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천억원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위증 혐의를 받은 김 전 사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합병이 제일모직의 제안으로 이 부회장과는 무관하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합병 성사를 위해 고의적으로 시세 조종을 했다는 검찰 의혹과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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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측은 "법원과 수사심의위원회 등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면서도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되고,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도와달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영장심사를 받는 것은 국정농단 사건이 있었던 2017년 초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이후 1년 동안 구속, 이듬해 집행 유예로 풀려난 지 2년 4개월 만에 재구속 기로에 놓인 것이다. 이날 구속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 혹은 9일 새벽에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