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제로 금리' 시대가 대한민국에도 도래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50%p(포인트)인하한데 이어 이달 28일에도 0.25%p 추가 인하하면서 국내 기준금리는 연 0.50%가 됐다. 역대 최저치다. 기준금리가 0%에 근접함에 따라 금융권엔 비상 걸렸다. 예금주들도 마찬가지다. 제로 금리 시대가 금융업계와 소비자들한테 미칠 영향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0.99%.' 국내 18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단리)다. 1천만원을 예금에 넣는다고 하면 건지는 이자는 9만9천원으로 여기에 세금을 내면 이자 수익으로 8만3천750원 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5천500원짜리 짜장면 15그릇의 금액인 셈이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현 수준보다 더 예금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여 은행 예·적금만으로는 돈을 불리기 어려워졌다. 국내 4개 시중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에서 개인 자산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프라이빗뱅커들은 예금보다는 수익률이 높지만 위험중립형~안정추구형 투자 등급의 상품을 눈 여겨볼 것을 조언했다.
■ 신한은행, 투자 기간별로 나눠 자금 투자해야
신한은행 신한PWM태평로센터 오경석 팀장은 "은행에 자산관리를 맡긴다는 자체가 안정성을 추구한다고 본다"며 "현재 주식시장 변동성도 커져 섣부른 투자보다는 대기성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기본으로 가져가고 자금을 예치할 수 있는 기간 별로 상품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단기적으로 운용할 경우에는 국공채 위주의 머니마켓펀드(MMF)와 전자단기사채를 거론했다. 오 팀장은 "전자단기사채의 경우 1,2,3개월 만기로 리테일 고객 대상으로 출시됐다"며 "채권 자체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어떤 보장 장치가 있는지 확인한 후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품은 연 1.7~2.0%의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대기업이나 금융사의 신용보강이 있는 상품이 상대적으로 위험률이 적다. 오 팀장은 "신한은행 채권이 문제가 있거나 유동성 문제가 있을 경우 자체적으로 자금을 유동화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라면 신종자본증권을 추천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지만 대부분 발행하는 곳이 금융사라 리스크가 크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오 팀장은 "최소 투자자금은 1천만원이지만 만기는 5년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라면 너무 시간 기회비용이 크다"며 "이자가 3개월에 한 번씩 지급되며 연 2%대 수익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인만큼 투자 성향이 고위험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KB국민은행, 신용 보강한 부동산 펀드 눈여겨봐야
KB국민은행 양재PB센터 정성진 팀장은 "정기예금 금리가 세금을 제하면 물가를 따라가지 못해 수요가 줄어들었다"며 "여유자금이 많은 자산가들은 ELS를, 미국 성장주 펀드, 전자단기사채와 부동산 펀드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들어서는 우량한 건설사가 신용 보강에 나서는 부동산 펀드와 레포(Repo)펀드도 대안 투자상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 팀장은 "건설사나 금융사가 신용을 보강해주는 부동산 펀드는 3개월 정도 만기이며 연 2.0% 수준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전자단기사채도 신용 보강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상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동산 펀드의 부동산도 분양이 완료됐다거나 안정이 있느냐, 금융사가 매입 채무를 인수하느냐를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레포 펀드의 경우 환매조건부채권을 발행하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최소 가입 금액은 3억원이고 만기는 3개월, 연 2.0%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정 팀장은 설명했다.
■ 우리은행, 저축보험으로 이동...생애주기 고려해야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조현수 부지점장은 "주가는 오르고 있지만 공격적으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정기예금 고객은 수익성이 그나마 좋고 유동성이 있는 저축보험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조 부지점장은 "보험은 사업비가 있어 단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그 이상 투자하고 가입자 연령에 따라 보너스 금리를 주기도 해 정기예금보다는 낫다"고 언급했다.
조 부지점장은 "상품별로 접근하는 것도 물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연령과 처해진 상황, 투자 성향에 따라 생애주기에 맞춰 투자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에는 자금의 60~80%는 원금 손실이 나지 않는 안정형 핵심자산에 비중을 둬야 하고, 나머지 20~40%는 펀드나 주식, 외화로 수익을 조금씩 내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 하나은행, 해외 채권 및 국내외 IT 주식 위주 펀드 권유
하나은행 PB관계자는 "정기예금을 하는 거보다는 두 가지 정도를 권하는데 하나는 해외 채권과 국내 리츠"라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해외 채권은 글로벌 회사의 채권으로 영구채지만 3년, 5년 단위로 해지할 수 있는 구조"라며 "하나은행에서는 홍콩에 상장된 채권을 주로 취급하고 있고 달러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달러 자산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에게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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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의 경우에 그는 "건물을 갖고 있어도 임대 수익률이 잘 나오지 않아 국내 상장된 리츠를 많이 눈여겨 보는 편"이라며 "매년 5~6%의 수익률이 나기 때문에 가격 조정이 됐을 때 매입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에 국내외 IT 기업 주식 비중이 높은 적립식 펀드도 추천했다. 그는 "국내외 IT 주식을 위주로 편입한 적립식 펀드에 매달 조금씩 돈을 투자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해외 직접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개장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아 해외 간접 투자 방안도 눈여겨 보면 좋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