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상장에 실패한 공유오피스 위워크가 한국에서 삐걱대는 모습입니다.
얼마 전 서울 종로타워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건물주(KB자산운용)에 밝혔다는 내용이 여러 매체를 통해 잇따라 보도되면서 국내 공유오피스 업계는 출렁이고 있습니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한 곳이 휘청이면 나머지 기업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입니다. 또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사무실을 이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 공유오피스계 애플 위워크...“아, 옛날이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애플과 삼성이 있다면,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엔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가 있습니다. 그 중 위워크는 애플처럼 상대적으로 고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회사라는 강점과, 입주사들에게 왠지 더 세련되고 잘 나가는 기업 이미지를 심어줘 인기를 끌었습니다.
위워크는 현재 가장 최근 오픈한 신논현점을 포함해 국내에 총 12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종로타워점은 위워크가 한국진출 2주년을 맞아 2018년 9월 오픈한 10호점으로, 총 8개 층을 사용해 왔습니다. 총 1천800명 이상의 멤버를 수용할 수 있으며, 연인들의 프러포즈 장소로 유명했던 최상층 레스토랑은 전망 좋은 멤버 전용 라운지로 사용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위워크가 종로타워점 철수설에 시달리더니, 나아가 을지로점과 광화문점 등 다른 강북 지점도 정리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왔습니다. 특히 경쟁사인 패스트파이브나 스파크플러스 등에 위워크 임대차 계약을 승계하는 제안이 이뤄졌다는 생생한 증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잘 나가던 위워크가 일부 지점 철수설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손정의 회장 “위워크 투자는 어리석은 일”
위워크의 최대 투자사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2019년 실적발표에서 “위워크 투자는 어리석은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최소 185억 달러 이상 투자했는데, 기업가치 470억 달러까지 치솟았던 곳이 상장실패 등의 이유로 29억 달러 회사가 되자 이런 직설을 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집안싸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손정의 회장이 위워크 임직원이 보유한 주식을 사들이지 않기로 하자 급기야 소프트뱅크를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고소를 주도한 인물은 위워크 창업자 애덤 뉴먼이었습니다. 한 때 아름다운 관계였던 그들이 이제는 법정에서 싸워야 하는 원수로 갈라선 것입니다. 손정의 회장 입장에서는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일입니다. 회사 돈 횡령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기업가치 하락의 책임을 져도 모자랄 애덤 뉴먼이 뒤에서 칼을 꽂은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대주주와 본사가 이 모양인데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위워크가 아무 문제없이 돌아가는 게 더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격적으로 진행해온 투자 속도를 늦추고, 수익성을 평가해 돈 안 되는 지점을 정리하는 게 현재 위워크 전략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종로타워점 철수설 역시 이 과정에서 나온 얘기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위워크가 돈 안 되는 지점을 철수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존 건물주와의 계약 조건을 자신들에게 좀 더 유리하게 변경하려는 시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 "위워크 불똥이 튀지 않게 해주소서..."
부지런히 달리던 위워크가 의도치 않게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는 사이, 국내 토종 공유 오피스 기업들은 한걸음씩 전진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스파크플러스는 당시 12곳이었던 지점을 2021년까지 40호점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올랐다며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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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워크를 감싸고 있는 불길한 기운이 국내 공유오피스 업계로까지 번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말이죠.
한창 힘든 이 시기에 위워크는 한국 신임 총괄책임자를 매튜 샴파인(차민근)에서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요기요) 출신 전정주 최고전략책임자로 교체했습니다. 그 후 종로타워점 철수 등 시장에서의 불안감이 커진 위워크 코리아를 전정주 총괄책임자가 구제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