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승부수 띄운 삼성, EUV 초격차 강화

평택 캠퍼스에 생산라인 추가 투자...하반기 5nm AP도 양산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5/21 12:48    수정: 2020/05/21 22:35

삼성전자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도약을 위한 신규 투자에 나섰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관련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전략이라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지속적인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올해 반도체 시장의 둔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21일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경기 평택 캠퍼스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공사에 착수, 오는 2021년 하반기부터 평택 EUV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투자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투자금액은 약 9조원, 생산능력은 월 2만~3만장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EUV 생산라인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은 광원을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아가 EUV 노광장비는 기존 10나노미터대 공정에서 사용했던 불화아르곤(ArF)장비와 달리 웨이퍼(반도체 원재료)에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멀티 패터닝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미세화(7나노미터 이하 가능)와 수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그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업체인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EUV를 통한 초미세 공정 개발과 제품 출시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4월에는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를 활용한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 공정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출하, 올해 들어서는 화성 V1 라인을 통해 EUV 생산라인의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했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2월 화성 V1 라인 가동에 이어 평택까지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며 모바일, HPC(고성능 컴퓨팅),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평택 EUV 생산라인이 2021년부터 가동되면 7nm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의 생산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생산성을 더욱 극대화한 5nm 제품을 올해 하반기 화성에서 먼저 양산한 뒤,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도 주력 생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삼성전자 vs TSMC, 초미세 공정 수주戰 격화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로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격차 좁히기 전략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5nm 공정 제품의 생산능력이 평택 EUV 생산라인 투자로 크게 확대되는 만큼 퀄컴을 비롯해 엔비디아, AMD 등의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들로부터 반도체 주문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이번 투자로 EUV 생산능력을 확대한 만큼 더욱 적극적인 수주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 파운드리 매출의 대부분을 퀄컴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퀄컴의 차세대 칩셋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전념할 것으로 본다. 이에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점유율 격차는 앞으로 조금씩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20년도 글로벌 톱10 파운드리 업체 점유율 추이. (자료=트렌드포스)

현재 양사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38.2%포인트에 달한다. TSMC가 54.1%를, 삼성전자가 15.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관건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 둔화가 내년부터 회복될 지 여부다. 코로나19로 수요 침체에 빠진 스마트폰 시장이 내년에 반등할 경우, 폭등하는 수요에 삼성전자가 수주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7nm 이하 공정에서 반도체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뿐"이라며 "코로나19가 내년에 종식되고 이로 인해 올해 위축됐던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가 폭등하게 되면, TSMC와 더불어 삼성전자 5nm 공정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 삼성 5nm 파운드리 주인공은 퀄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5nm 공정을 통해 퀄컴의 차세대 AP를 양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TSMC가 올해 상반기 7nm 공정에서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 AP를 양산했던 것을 고려하면, 5nm 공정을 활용한 퀄컴의 차세대 AP는 삼성전자가 생산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퀄컴은 지난 2월 5nm 공정을 통한 차세대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모뎀(스냅드래곤 X60 5G-RF) 생산계약을 체결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미세공정 기술에 있어 TSMC가 삼성전자를 지속 앞섰지만, 퀄컴은 양사에 번갈아 스냅드래곤 AP의 생산을 맡긴 전례가 있다"며 "이를 감안한면 퀄컴이 내년에 출시할 차세대 스냅드래곤 AP의 경우에는 삼성전자가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퀄컴의 차세대 5G 통신모뎀 '스냅드래곤 X60 5G-RF 시스템'. (사진=퀄컴)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5nm 공정에서 차세대 엑시노스 AP(가칭 엑시노스992)를 생산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TSMC가 올해 하반기 5nm 공정에서 애플의 A14 AP(아이폰 12에 적용)를 대량 양산할 예정인 만큼 경쟁 제품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 및 갤럭시폴드2 등에 적용할 새로운 AP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관련기사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노트20 출시까지 수 개월이 남아있는 만큼 변수가 많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최종적으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엑시노스 적용 물량을 확대할 지 여부는 아직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AP 시장에서 14.1%의 점유율로 시장 3위를 차지했다. 시장 1위는 퀄컴으로, 시장점유율은 33.4%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