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조치에 따라 신규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일 해외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TSMC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안을 고려해 조만간 하이실리콘(화웨이 자회사)의 반도체 주문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TSMC가 하이실리콘의 칩셋 주문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화웨이 제재조치가 시작되는 오는 9월 이후에는 신규 주문이 중단될 것이라는 게 다수의 전망이다.
화웨이는 그간 자사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통신모뎀을 TSMC로부터 주문 생산해왔다.
이번 조치가 하이실리콘의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화웨이가 차세대 스마트폰 개발 및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화웨이는 미국 제재안에 대한 성명서에서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인 FDPR(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강화해 가기로 결정, 이는 화웨이 사업이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를 전했다.
시장의 전망도 비슷하다. 삼성전자가 화웨이 제재 효과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TSMC가 화웨이 계열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의 대부분을 제조했다"며 "이번 조치로 향후 화웨이가 자사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모뎀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제조하기 힘들 것이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제조 차질로 인해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반사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19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화웨이의 유럽 점유율이 낮아지고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올라갔던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TSMC의 결정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에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중 무역 갈등이 붉어지면서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가 TSMC 파운드리를 이용하기 어려워졌고, 반대로 미국의 팹리스 업체 역시 중국 SMIC와 화홍(Huahong) 파운드리 이용이 껄끄러워지면서 삼성전자 반사 이익 가능성이 확대됐다"며 "TSMC도 공격적으로 M/S(시장점유율)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 반면 삼성전자는 과거 메모리 사업 초격차 경험을 살려 비메모리 역시 대규모 캐파(생산능력) 증설과 경쟁력 있는 가격을 중심으로 선두 업체와 격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화웨이와 TSMC의 관계가 멀어지면 삼성전자가 2위 파운드리로서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부각된다"며 "SMIC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고, 시장에서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지만, 화웨이가 필요로 하는 14nm(나노미터) 이하 선단공정에서는 SMIC 대응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10nm 이하 공정의 경우, SMIC가 아니라 삼성전자가 대응하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의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는 TSMC가 120억달러를 투자해 오는 2024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에 5nm 생산시설을 준공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선단공정에 대한 추가 투자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미 TSMC의 시장 점유율이 55%를 넘어선 가운데 5nm 이하 생산공정에 적용되는 고가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추가로 도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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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TSMC가 2024년부터 미국 반도체 공장에서 5nm 제품을 생산한다고 밝혔지만, 2024년이면 5nm가 아닌 3nm 이하 공정이 고수익을 창출하는 선단공정인 시점"이라며 "예컨대 삼성전자가 2024년이면 게이트 올 어라운드 구조의 3nm 공정 양산(2023년 목표)을 진행할 시점이다. 이 때문에 TSMC의 미국 반도체 공장은 수익적인 측면에서 TSMC에게 기여하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4.1%의 점유율로 시장 1위를, 삼성전자는 15.9%의 점유율로 시장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