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46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됐고, 31만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 미국 사망자만 9만 명이 넘었다.
초강대국 국민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숨을 거뒀지만 백신 개발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코로나19용 백신 100여개를 개발 중이지만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신이 나와도 2021년까지 일반인 공급이 힘들다는 게 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상실험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고, 대량 공급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사회적인 문제가 나타났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도 바이러스 퇴치용 백신 개발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어야 한다. 적절한 치료제를 발견하고 개발하는 데에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고, 법 개정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새로운 의약품이 개발됐을 때 보통 1·2·3차 임상실험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돼야만 허가를 내주는 것처럼 법 개정도 임상실험 못지않은 검증 작업을 사전에 거쳐야 한다. 약이 될 줄 알고 만든 법이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독약일 수 있어서다.
그런데 국회가 서둘러 통과 시키려는 ‘n번방 방지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주먹구구식이다. 실효성 없는 대책을 급조해 사전 검증 과정 없이 일단 하고보자는 식이다. 이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성범죄물 유통을 방지하는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며, 사업을 폐지할 수도 있다. 네이버 블로그나 카카오톡에서 성착취물 영상이 유통될 경우 규제 당국이 그 책임을 사업자에게 강하게 물겠다는 뜻이다.
이 법안이 독소조항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텔레그램과 같은 폐쇄형 외산 플랫폼에서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해놓고, 사실상 국내 인터넷 기업들만 족쇄를 채우는 법이기 때문이다. 또 자칫 사업자가 법을 지키려다 이용자들의 디지털 사생활을 검열하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단체들이 “n번방 방지법이 텔레그램처럼 국내에 사업장이 없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해외 사업자에 집행력을 확보할 수 없으면 모든 국내외 서비스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정부가 방치해야 한다는 뜻인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용자 보호 주부처로서 불법정보 유통을 방치할 책임이 있다. 국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 말은 규제 당국이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어렵다는 현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현행법으로도 불법 정보 유통에 따른 규제가 가능한데도, 마치 기존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던 것처럼 눈속임 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성 범죄자 기준과 처벌을 강화하는 ‘진짜 n번방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기어코 규제 하나를 더 얹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앞둔 n번방 방지법은 정부와 국회, 사법기관이 이미 일어난 n번방 사태의 책임을 손쉽게 사업자에게 돌리겠다는 뜻이다.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법도 백신 같아서 한끝 차이로 사람의 목숨을 살리거나 죽일 수 있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n번방 방지법은 폐기되거나 21대 국회에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충분한 재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대로 된 치료제(실효성 있는 대책)를 찾아내고, 몇 번의 임상실험(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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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조주빈을 비롯해 자신은 못 잡는다고 조롱했던 갓갓 등 n번방 사태와 관련된 가해자 모두를 검거했다. 경찰은 숨어 있는 성 착취물 대화방 범죄자들을 찾아내고, 이들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핵심 증거 등을 찾아내는 성과를 냈다. 텔레그램 협조 없이도 가능한 결과였다.
경찰이 성범죄자는 반드시 찾아내고, 그 형량이 매우 무겁다는 사실만 대중들에게 인식돼도 제2의 n번방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곱씹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