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못막는 'n번방 방지법' 왜 만드나?"

오픈넷 "카톡 검열법 될 수 있어 충분한 논의 필요"

인터넷입력 :2020/05/18 18:23    수정: 2020/05/19 07:19

인터넷 기업들에게 디지털성범죄물 관리·감독 의무를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는 'n번방 방지법'이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앞둔 가운데, 오픈넷은 해당 법이 기업에게 카카오톡을 사찰하라고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이미 사적 검열 우려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오픈넷 측은 유통 방지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법의 취지로는 사적 대화를 들여다보라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18일 사단법인 오픈넷은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며 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

인터넷 업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불법촬영물을 걸러내기 위해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의무화한 내용이 명시돼 있는 제22조의5 제2항으로 사적 검열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날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이 법의 취지대로 불법 촬영물을 막기 위해서라면, 공유되고 있는 정보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지만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용자 감시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제22조의5 제2항을 보면 비공개 공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제한 문구가 없는데, 비슷한 조항이 이미 비공개 카카오그룹에 적용돼 아동청소년보호법상의 기술적 조치 위반으로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가 기소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 적용된다 했지만, 불법정보를 포착하는 기술적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공간이 폐쇄되고 위축될 것"이라며 "공개정보에만 적용된다면 텔레그램에서 발생된 n번방 사건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n번방을 잡을 수 없는 n번방 방지법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김 변호사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은 어느정도 판별이 되지만, 연출된 포르노 등은 불법 촬영물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라면서 "신고가 접수되거나 수사 기관의 판단을 거쳐 불법 여부가 정해지지 않는 한 일반인이 보거나 사업자가 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박경신 오픈넷 이사 또한 "인터넷의 특성상 불법 정보가 잠시나마 게시될 수 있지만 기업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기 시작하면 사적 검열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