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코믹스와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열두 번째 인터뷰는 판타지 웹툰 'FREAK-QUENCY : 프릭-퀀시'를 통해 온라인게임 밖 세상으로 나온 괴물들과 생존게임을 펼치는 유저들의 이야기를 그린 인도네시아 작가 제로(Xero)와 사콘(Sakon)이다. 웹툰은 제3회 레진코믹스 세계만화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으로, 2017년부터 레진코믹스 한국과 미국에서 연재 중이다. 웹툰을 통해 한국과 영어권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제로와 사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참고기사: 쇼미더웹툰‘FREAK?QUENCY : 프릭-퀀시’]
다음은 제로, 사콘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제로: 저희 작품의 제목은 Freak과 Quency의 합성어며 frequency(주파수)와 발음이 같은 언어유희입니다. 작품을 만들던 2013년 당시 저는 아직 공과대 학생이었고 파장과 주파수가 큰 주제였던 전자기장 수업에서 고통을 받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frequency라는 단어가 뇌에 박히게 된 것 같습니다.
Q.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제로: 안녕하세요, 제로입니다. 제가 공과대 졸업 논문을 쓰던 2017년 당시, 18년 지기 베프인 사콘에게 연락이 왔어요. 사콘은 2013년에 제가 만들었던 이야기를 갖고 레진의 세계만화공모전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고 저는 흔쾌히 수락했어요. 공모전 수상 후 저는 사콘의 이야기를 도와가는 중이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사콘: 안녕하세요, 사콘입니다. 저는 인도네시아인 그림 작가며 저와 제로의 첫 작품인 '프릭-퀀시'의 그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레진에서 제3회 세계만화공모전을 하던 당시, 저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교 4학년생이었습니다. 미술에 대한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 일을 해왔고 그림 그리는 일이 저랑 잘 맞는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그림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고 레진의 공모전에 참여를 하게 됐어요. 공모전 수상 후 어느새 3년이 흘렀고 저는 아직도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제로: 저는 비디오 게임 프랜차이즈인 페르소나(Persona(의 열혈 팬이에요. 그러다 보니 '프릭-퀀시'의 많은 영감 또한 이 게임에서 왔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Jun Mochizuki의 판도라 하츠(Pandora Hearts)도 엄청 좋아합니다. 더 이상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항상 팀 버튼을 찾게 되는데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의 다크 휴머가 매력적입니다.
사콘: 제로의 말처럼 프릭-퀀시 속 글의 영감은 페르소나로부터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그렇지 않아요. 콕찝어 저에게 영감을 주는 특정 작품이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지인들은 제 그림이 일본 망가와 한국 웹툰의 조합이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프릭-퀀시 라는 작품 자체에 다양한 장르가 내포돼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작품에서 영감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콘티를 짤 때에는 좋은 웹툰들의 포맷을 연구합니다. 마지막 편집 단계에서는 아니메에서 사용하는 조명방식을 찾아봅니다. 액션 장면을 그릴 때에는 효과가 많이 들어간 sakuga 애니메이션을 참고합니다.
다양한 웹툰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작품이 있는데, 송지형 작가의 작품들입니다. 송 작가님이 쓰는 패널 구성은 상당히 다이내믹하고 웹툰의 스크롤다운 방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Q.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제로: 솔직히 저보다는 사콘이 더 힘든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저에게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스토리나 캐릭터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프릭-퀀시가 2013년에 만들어진 인디게임이다보니 까먹은 내용이나 복선들이 있어요.
이 만화가 단순히 예전에 만든 게임의 2D 버전이 아니게끔 하는 것도 하나의 주요 과제같아요. 저는 이 만화가 단순히 게임의 내용을 다른 매체로 설명하는데 그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또한 캐릭터마다 특성이 다양한데 만화에 충분히 녹여지게끔 하는 게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흔히 사용되는 trope나 cliche들을 피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것 중 하나입니다.
그런 가운데 언어 장벽도 꽤 큰 도전인 거 같아요. 저나 사콘에게 영어는 외국어입니다. 사콘은 영어 자체를 거의 못합니다. 영어는 항상 제 역할이었고 이 인터뷰 내용도 제가 다 영어로 쓴 겁니다.
가끔 사콘이 만화에 넣고 싶은 표현을 영어로 바꿔 달라고 하는데, 어떤 표현들은 인도네시아어이기 때문에 재밌지, 영어로 바꿀 때 재미없는 표현들도 많아서 난감할 때가 있어요.
저도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뿐이지, 잘 하진 못하거든요. 제가 영어로 표현한 글에 대해서도 맞게 쓴 건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는데, 레진의 편집자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사콘: 레진은 연재 전에 주간 연재와 10일 연재에 대한 옵션을 제시했고 저희는 10일 연재를 택했어요. 아무래도 그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더 여유 있는 연재 방식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화해야 하는 업무량은 상당했고 체력고갈은 피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시즌 후반부 즈음 되면 작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마감을 지킨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같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시즌을 무사히 마무리한 것 같지만, 여전히 작품을 완결을 한다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아요. 휴재 기간에도 미리 세이브 원고를 만드느라 제대로 쉬질 못하는 거 같아요.
작화에 있어서는 역동적인 포즈를 그리는 것과 전투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이 노하우를 너무나도 짧은 시간과 한정된 자원으로 터득해야 했어요.
시간관리가 웹툰 작가에게 있어 전부인 것 같아요. 일러스트를 하나 그릴 때에는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할 수 있지만, 웹툰은 다음 에피소드가 나오기 전까지 70~80개의 컷을 완성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상당한 양입니다. 전 이 직업을 수년 동안 해온 선배님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Q. 작가가 꼽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로: 46화 장면 중 카이가 기겁을 한 손냐를 진정시키는 장면이 있는데, 그 방법이 매우 독특했어요. 제가 이 장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느 독자분이 이 장면에 대해 코멘트를 줬기 때문이에요. 독자는 카이가 소냐를 진정시킨 방법에 대해 만족하면서도 워낙 감정의 기복이 큰 회차여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요. 저는 이런 독자 반응을 볼 때 가장 기쁩니다. 제 의도가 전달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콘: 저는 42화에 있는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손냐와 말카프가 협상을 하는 장면으로, 손냐가 이용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오히려 상대를 궁지에 몰게 돼요. 이 회차가 또 마음에 드는 이유는 2명의 캐릭터로 전개하다 보니 완성하는데 비교적 수월했다는 것입니다.
Q. 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제로: 저랑 사콘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방식은 꽤 특이한 거 같아요. 논의할 일이 있으면 저흰 항상 KFC를 가요. 거기서 만나기만 하면 손냐가 얼마나 멍청한 아이인지, 어떻게 하면 우리의 캐릭터들이 더 고통을 받을지 말하다가 박장대소를 터뜨릴 때가 있어요. 식당에 있는 다른 분들이 보기엔 기가 막힌 상황이었을 거 같아요. 한번은 큰 콜라 한 병을 사 놓고 여러 개의 빨대를 이어 붙인 다음 그 빨대로 마신 적도 있어요.
저희가 스크립트를 써가는 방식도 아마 다른 사람들 눈에는 특이할 거예요. 장면을 묘사할 때 저희 모국어를 사용하는데 서로 알고 지낸 지가 워낙 오래돼서 '슝슝' 또는 '반짝반짝'이라고만 써 놔도 사콘은 무슨 뜻인지 알고 그에 맞게 그려요. 아 맞다! 저희가 매 회차마다 사용하는 제목에도 숨겨진 의미가 있는데…이건 독자들이 알아서 알아내야 할 거 같아요.
사콘 : 포토샵이 다운되면서 여태 작업했던 걸 한방에 날린 적이 있었어요. 하루 동안 했던 작업이 한 순간에 날아간 거죠. 기분이 너무 우울해서 다 멈추고 자전거를 타러 나갔어요. 재택근무의 이점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고맙게도 시즌1 때 한번 경험해보고 다시는 없었던 일이긴 해요.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컴퓨터도 새로 샀었죠. 이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이 몇 가지 있어요. 자신의 장비에 투자를 아끼지 말자. 그리고 작업은 항상 백업을 하자.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한 거 같아요.
Q. 이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제로: 더 이상 여리여리한 여주는 싫고 쿨하고 멋진 여주를 원하는 분들, 드라마틱한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비록 초반부는 액션 웹툰처럼 시작되지만, 뒤로 갈수록 드라마와 미스터리가 더 주요한 장르거든요. 제가 만든 게임을 즐겼던 분들 중 이 웹툰을 읽으신 팬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다소 변화된 스토리를 보고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프릭-퀀시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느냐라…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한테 있어서야 당연히 가장 친한 친구와 만든 첫 번째 웹툰이라는 점일 거 같아요. 독자분들이 극중 인물인 손냐의 강한 의지를 기억해주고 이로 인해 좋은 영향을 받으시면 좋겠어요.
만화의 주인공인 손냐는 매우 힘든 시기를 여러 번 겪었고 별로 성격도 좋진 않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는 캐릭터예요. 이는 단순히 만화 캐릭터로서만이 아니라 누구나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가지면 좋을 거 같은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의치 않고 해야 할 일을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것이요.
사콘: 프릭-퀀시는 전형적인 트렌디 웹툰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럴 의도도 없는 만화예요. 이 만화는 다르면 좋겠어요. 만화에는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이 명확하지 않아요. 모든 캐릭터가 양면성을 띄고 있어요. 이 사실 자체가 아마 독자분들에게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어요. 당연한 행동을 하지 않는 캐릭터들 덕분에 독자분들도 항상 긴장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제 바람은 제가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그림을 통해 잘 녹여내는 것이고 독자분들이 꾸준한 관심을 가져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연재 중인 작품 완결 후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하고 계신지요?
제로: 타파스틱에서 연재될 Arcana Rising이라는 작품을 하기로 해서 이 작품에 한동안은 집중할 것 같아요. 신규 인디 노벨 게임도 만들 계획을 갖고 있어요. 킥스타터(Kickstarter)로부터 150% 펀딩을 받은 상태고 BL이면서 심리 미스터리 장르일 예정이에요.
저 결혼도 곧 할 예정이라 기대도 되고 긴장도 많이 되는 상황이에요. 새로운 일들도 예정되어 있고 변화될 삶도 앞에 있네요. 그 다음에는 뭐, 모르죠? 어쩌면 제 전공을 살린 사무직 직업을 갖게 될지도.
사콘: 아주 긴 휴식이요. 그림은 계속 그릴 예정인데, 당분간 웹툰은 피하려고 해요. 게임 디자인, 일러스트, 굿즈 디자인 등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직접 만든 스토리를 갖고도 뭔가 만들어보고 싶은데 아직은 갈 길이 머네요. 글을 쓰는 능력과 그림을 그리는 능력은 상당히 다르다고 느끼거든요.
제가 또 만화를 그리게 된다면, 주인공은 남자로 설정하고 싶어요. 당연히 판타지가 있으면서도 심리적인 요소가 된 장르? 이 이외에는 세상을 여행해보고 싶어요.
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로: 독자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참을성 있게 저희의 웹툰을 팔로우해주신 점에 대해 고맙고, 우리를 응원해준 점에 대해 고맙고, 저희의 부족한 영어를 보면서 내용을 이해하려고 해 주신 점에 해대서도 너무 감사합니다.
프릭-퀀시는 저희에게 있어서는 아주 긴 여정이었어요. 아마 영원히 기억될 거예요. 실수도 많았고 연재 중에도 많은 난관들이 있었어요. 어떤 회차들은 저희가 원했던 것과 사뭇 다르게 나온 것들도 있고요. 아마 어떤 분들은 저희의 만화가 난해하다고 생각하고 재미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는데, 저희가 많은 걸 배웠고 최선을 다 했다는 건 믿어주세요. 가능하다면 꾸준히 저희 작품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고, 안 보신 분들은 밑져야 본전인 셈치고 한번 읽어봐 주세요.
사콘: 이 작품을 연재할 수 있게 된 건 아주 큰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제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졸업하자마자 레진과 정식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는 것 모두 행운입니다. 저희에게 연재할 기회를 준 레진코믹스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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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한계를 많이 지닌 아마추어였는데 과정 속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실력이나 경험 대비 일찍 시작한 감이 없지 않아 능숙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초반 회차들은 최고의 품질을 못 보여준 거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독자들은 끝까지 지켜봐 주셨고 저희의 성장을 응원해 주셨어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었으면 해내지 못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