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로 되돌렸던 뮌헨, 다시 오픈소스로 간다

컴퓨팅입력 :2020/05/15 12:43    수정: 2020/05/16 23:20

행정업무용 PC의 운영체제(OS)를 오픈소스 리눅스에서 윈도10으로 되돌렸던 독일 뮌헨시가 또다시 오픈소스로 돌아가기로 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뮌헨시는 저작권 소프트웨어 대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뮌헨시 행정부와 시의회는 3일 공개한 새 연정협약문 '용기, 비전, 자신감: 뮌헨 모두의 시각에서' 문서에서 "기술적으로, 재정적으로 가능한 곳이라면, 도시는 공개 표준과 무료 오픈소스 라이선스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합의문 원문 바로가기]

연정협약서는 또한 "우리는 공공의 돈, 공공의 코드란 원칙에 충실할 것"이라며 "이는 기밀 혹은 개인 데이터가 없는 한 도시의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는 공개된다는 의미"라고 명시했다.

독일 뮌헨. [사진=Pixabay]

뮌헨시 정부는 최근 선거에서 승리한 녹색당, 사회민주당과 정책 협상을 벌였다.

시 정부와 시의회 간 계약은 지난 11일 체결됐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사회민주당(SPD) 소속 디터 라이터 시장이 연임에 성공했고, SPD와 녹색당이 시의회 1당과 2당을 차지했다. 기독사회당(CSU)은 3위에 머물렀다.

현 뮌헨시 정부와 의회는 오는 2026년까지 권력을 잡았다. 때문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하겠다는 양당의 협약은 수년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시 행정부의 결정에 자유소프트웨어 지지자들은 승리를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소프트웨어가 행정부 투명성 측면과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더 나은 옵션이라 주장한다.

뮌헨시의 행정업무용 IT시스템 재편 작업은 정권 교체기마다 정반대로 진행돼 왔다. 2003년 윈도를 리눅스로 교체했던 뮌헨시는 2018년 다시 윈도로 돌아갔다.

뮌헨시는 2003년 맞춤형 리눅스OS '리묵스'와 오픈소스 오피스 도입을 결정했다. 당시 기술지원 종료를 앞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NT 4.0의 대체재를 찾다 내린 결정이었다. 이후 2005년부터 리묵스와 '오픈오피스' 전환을 시작했다. 2010년 5천대 PC를 리묵스로 전환했다. 2013년 8월 기준 직원 1만4천800명 이상이 리묵스를, 1만5천명 이상이 오픈오피스를 사용중이었다. 2013년말 뮌헨시는 오픈오피스를 '리브레오피스'로 전환했다.

뮌헨시에서 개발한 '리묵스'

뮌헨시의 리묵스는 오픈소스 진영의 상징과 같았고 영원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다 2014년 새로 당선된 디터 라이터 시장이 이와 반대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그는 2016년 11월 윈도10과 MS오피스 도입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를 받고 2017년 2월부터 윈도로 전환을 밀어부쳤다. 그해 시의회 결정에 따라 뮌헨시는 2018년초부터 리묵스 PC 전체를 윈도10으로 바꾸고 이후 리브레오피스 환경도 6천개 MS오피스로 교체했다.

디터 라이터 시장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리묵스 프로그램 도입을 주도했던 전임시장은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와 계약을 유지하려 전력투구했다"고 폭로했다.

뮌헨시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SAP, 오라클 등 타 저작권소프트웨어 기업에 9천310만달러를 지불했다.

알렉스 산더 자유소프트웨어재단유럽 EU공공정책 매니저는 "2년반전 우리가 시작한 공공의 돈, 공공의 코드 캠페인이 채택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향후 계획을 간략히 설명한 연정계약서의 진술일 뿐이란 점도 중요하다"며 "시는 현 소프트웨어 계약의 만료를 기다리고 있으며, 자유소프트웨어가 새 계약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OS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전환작업은 수년 걸릴 사업이지만, 뮌헨시의 경우 더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묵스를 도입했던 경험 덕분이다. 알렉스 산더 매니저는 일부에서 리묵스 소프트웨어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며, 리묵스를 써본 공무원도 남아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자유소프트웨어재단유럽은 뮌헨시의회가 새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한다. 100일 정도 후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소스에서 윈도로, 다시 오픈소스로 돌아가는 결정에 비판적 입장도 있다. 시간과 비용 낭비를 수반하는 우왕좌왕 행정이란 비판이다. 합리적이라기보다 정치적 결정이란 의견도 많다.

바산타 사파 프라운호퍼연구소 디지털정부 전문가는 "기술적 관점에서 당대에 다른 것보다 더 나은 시스템은 없다"며 "새 시스템에 인력을 훈련시키는 사용자 수용성과, 개방형과 폐쇄형 소프트웨어 사이의 연동 등 두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픈오피스 문서를 다른 데스크톱에서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부터 시의회가 학교 등록, 계약서 작성, 쓰레기 수거 등을 위해 특별히 작성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까지 다양하다"며 "더 비싸지는 계약에 종속되는 문제도 있고, 전환으로 인해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오픈소스가 저렴하지 않은지 여부도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내 전문가들은 '디지털 통치권'이란 관점이 자국내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독일 정치가들이 자국내 IT시스템이 화웨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외국 브랜드에 지나치게 종속됐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독민주당(CDU)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개방형 표준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CDU가 정권을 유지하는 한 독일 내부적으로 오픈소스 중심으로 IT를 전환하는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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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시가 2003년 오픈소스 전환을 시작한 후 베를린, 도르트문트, 바덴뷔텐베르크의 리온베르크 등 지방자치단체가 리눅스 전환을 진행했다.

자유소프트웨어재단유럽 측은 향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IT 환경을 재편하는 작업의 성패를 기술지원과 유지보수 기업 육성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