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시가 사용 중인 리눅스 기반 업무용 데스크톱 운영체제(OS)를 윈도로 바꾸는 안건을 곧 표결에 부친다.
시의회가 해당 안건을 통과시키면 시는 오는 2020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10 데스크톱을 도입하게 된다.
■ 독일 리눅스 선구자, 무슨 일 있었나
앞서 시는 지난 2003년부터 시정부 1만5천여대 데스크톱PC의 OS를 윈도에서 우분투 리눅스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했다. 일명 '리묵스(LiMux)' 프로젝트였다. 업무용 문서 소프트웨어(SW)를 MS오피스에서 오픈소스인 리브레오피스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했다.
리묵스 프로젝트는 2005년 일부 운영 시작, 2009년 80% 전환 목표를 내세웠지만 2013년에야 마무리됐다.
뮌헨시가 이런 기간과 비용을 들여 프로젝트를 밀어부친 이유는 뭐였을까. 지난 2008년 공개된 유럽연합위원회(EC) 보고서에 따르면 'SW공급자로부터 전략적으로 독립'하는 것이었다. MS라는 독점사업자에 종속되지 않는 시정 업무 환경을 구현하려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시는 이 사업 종료 후 1년만인 2014년부터 이를 뒤엎는 행보를 시작했다. 디터 라이터 신임 뮌헨시장이 윈도 환경으로 회귀하는 방안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이로인한 찬반 논쟁이 시작됐다. [☞관련기사]
■ 리눅스 호환성·비용 이슈…신임 시장 정치공세 지적도
불거진 쟁점에는 비용 문제가 포함됐다. 당초 계획보다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지적이었다.
시가 리묵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투입하기로 한 3천만유로였다. 프로젝트 막바지인 2013년초 MS의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6천만유로 이상이 쓰였다. 당시 시에서는 이같은 MS보고서의 지적에 "잘못된 가정에 따른" 숫자라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다른 문제도 제기됐다. 뮌헨시가 리눅스를 쓰면서 SW라이선스 비용을 줄이긴 했지만 독일내 다른 정부기관에서 쓰는 MS윈도 환경과 호환성 문제를 빚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이 또한 윈도 회귀 찬성 논거가 됐다. [☞관련기사]
라이터 시장의 행보가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라이터 시장은 2014년초 시장선거에서 기독교사회당(CSU) 후보로 출마한 요세프 슈미트를 상대로 승리했다. 슈미트는 그해 5월 부시장으로 임명됐다. 슈미트 부시장이 속한 CSU는 이전까지 21년간 여당으로 시정부를 운영해 왔다. 시가 리눅스 도입을 결정할 당시에도 CSU가 내각을 구성하고 있었다. 라이터 시장은 사회민주당(SPD) 소속이다. 수십년간의 여당 신세를 벗어난 SPD가 CSU의 기존 주요 사업을 통해 공세를 펴려는 것이란 해석도 가능했다.
결국 뮌헨시는 윈도OS 재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올해(2017년) 2월 뮌헨시 행정당국과 인사위원회는 윈도 재도입에 무게를 둔 권고안을 내놨다. [☞관련기사] 늦어도 2020년말까지 시정부 전역에 배포 가능한 윈도 클라이언트 아키텍처를 개발하라는 요구를 포함했다. 당시 CSU 당원 크리스티나 프랭크는 시 안팎의 SW환경과 호환되지 않는 리묵스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윈도 전환 안건, 11월 23일 표결"
테크리퍼블릭은 지난 8일 보도를 통해 뮌헨시가 업무용 데스크톱OS를 윈도로 전환하는 안건을 오는 23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고 전했다. [☞원문보기] 시는 지난해 기준 2만여대의 리눅스 PC와 그에 호환되지 않는 SW를 구동하기 위한 4천163대의 윈도PC를 사용 중이었다.
안건이 시의회에서 비준되면 시는 2020년부터 윈도10을 쓰게 된다. 2~3년에 걸쳐 우분투 리눅스를 커스터마이즈한 '리묵스' 기반의 PC 2만9천여대에 윈도10을 설치,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과거 오픈소스SW 운동의 선구자였던 공공조직의 큰 태세전환이다.
뮌헨시 녹색당은 반대 입장이다. 플로리안 로스 뮌헨시 녹색당 대표는 "의결은 23일 전체 의회 승인만을 필요로하며 (유럽연합) 위원회 결정은 일반적으로 의회를 통해 변경 없이 비준된다"며 "하지만 녹색당은 의회의 결정에 상세한 논의와 숙고를 거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뮌헨시는 이미 IT부문을 재구축하고 전자정부 관련법을 새로 마련했는데 (윈도로 되돌린다는 건) 불필요한 예산과 지출을 야기하는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IT부문에서도 이를 원치 않는데 시정부의 거대 양당이 이를 원해 어쩔수 없어 따르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뮌헨시의 윈도10 전환 도입에 수백만유로의 예산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적인 추산으로는 총비용이 1억유로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고 한다.
이는 PC의 OS 전환만을 놓고 따진 것으로, 함께 사용돼야 할 업무용 SW를 MS오피스로 전환하는 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디터 라이터 시장은 지난 2014년 리묵스 사용을 통해 시는 하드웨어 및 SW 라이선스 비용 1천100만유로를 절감해 왔다고 언급했다.
■업무용SW도 리브레오피스→MS오피스 전환 검토
시의회는 윈도 전환과 별개로 MS오피스 도입 안건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오픈소스SW 리브레오피스를 MS오피스2016으로 대체한다는 안건이다. 이들은 우선 시의회에서 사용중인 PC 6천대에 오피스2016을 시범 도입한 뒤 평가를 거쳐 시 전체에 배포하는 안건을 지지하고 있다.
녹색당 측 입장은 이 안건에도 부정적이다. MS오피스로 돌아갈 경우 이미 시에서 리브레오피스와 맞물려 돌아가도록 만든 다른 업무용SW와 매크로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상황에 복잡성과 비용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스 대표는 "우리는 리브레오피스에 연결된 매크로와 애플리케이션을 1만2천~2만개 갖고 있다"며 "그게 정확히 몇개나 되는지, 그걸 MS오피스에 맞게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는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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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녹색당이 상용SW 사용에 무조건 반대 입장인 건 아니다. 업무 시스템을 어느 한 쪽에 '올인'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상용 및 오픈소스SW를 혼용하자는 쪽이다.
로스 대표는 "만일 우리가 (윈도 회귀 작업을) 몇년에 걸쳐, 시정부에서 불상사와 변화를 모두 겪으며 점진적으로 수행한다면, 우리는 '좋아, 이 과정을 중단해'라고 말할 수 있고, 그 시점에서 오픈소스와 MS가 혼합된 채로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