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시가 행정업무용 데스크톱 운영체제(OS)를 맞춤 리눅스 '리묵스(LiMux)'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10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미국 테크리퍼블릭은 23일(현지시간) 뮌헨시의회가 본회의에서 PC를 윈도 기반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원문보기] 뮌헨시의회는 10년 넘게 써온 리눅스기반 PC 2만9천대를 윈도10기반 PC로 교체하기로 했다. 과거 쓰던 MS 윈도 환경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뮌헨시는 2003년 맞춤형 리눅스OS '리묵스'와 오픈소스 오피스 도입을 결정했다. 2005년부터 리묵스와 '오픈오피스' 전환을 시작했다. 2010년 5천대 PC를 리묵스로 전환했다. 2013년 8월 기준 직원 1만4천800명 이상이 리묵스를, 1만5천명 이상이 오픈오피스를 사용 중이라 발표했다. 2013년말 뮌헨시는 오픈오피스를 '리브레오피스'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2014년 디터 라이터 신임 뮌헨시장이 이와 반대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2016년 11월 윈도10과 MS오피스 도입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를 받고 올해(2017년) 2월부터 윈도로의 전환을 밀어부쳤다. 이번 시의회 결정에 따라 뮌헨시는 내년(2018년)초부터 리묵스 PC 전체를 윈도10으로 바꾸고 이후 리브레오피스 환경도 6천개 MS오피스2016 시범 도입 이후 단계별 교체하는 절차를 밟는다.
추가 보도에 따르면 2018년말께 시의회는 6천개 MS오피스 시범도입 결과에 따라 모든 리브레오피스를 MS오피스2016로 바꿀지 표결한다. 2019년 리묵스 마지막 버전이 배포된다. 2020년부터 윈도10 OS 배포가 시작된다. 2018년 표결 결과에 따라 2021년초부터 MS오피스 배포가 시작된다. 2022년말부터 2023년초 사이에 리묵스가 완전히 걷히고 윈도10이 깔린다. 2023년말까지 MS오피스가 깔린다. [☞원문보기]
■시의회 "OS 혼용 환경 불안정…SW호환성 문제 유발"
시는 행정업무용 데스크톱OS로 MS 윈도를 쓰다 지난 2003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인 리눅스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수년에 걸쳐 실행에 옮겼다. 이제는 오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5천만유로(약 642억원) 예산을 들여 리묵스 환경을 윈도10으로 바꿀 계획이다. 최근 보도를 통해 구체적인 배경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이날 시의회 표결에서 윈도10 전환 안건을 지지한 정치인들은 리눅스OS 대비 윈도10이 행정업무용 호환 애플리케이션과 하드웨어 드라이버를 구하기 쉽게 해 줄 것이란 기대를 드러냈다. 또한 리눅스와 함께 여전히 일부 윈도를 혼용했던 PC 환경 관련 비용도 절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대적으로 리눅스OS로 행정업무 PC 환경을 배포한 뮌헨시는 그에 호환되지 않고 가상화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현업부서(line-of-business) 애플리케이션를 돌리기 위해, 윈도PC 환경도 일부 유지해 왔다. 윈도 비중은 관점에 따라 전체PC의 20% 또는 40%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다. 뮌헨시는 10년 넘게 OS를 혼용해 왔음에도 이런 구성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윈도로 통일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디터 라이터 뮌헨시장은 "우리는 항상 혼합된 시스템을 운영해 왔는데 …(중략)… 두 OS는 완전히 비경제적"이라며 "내가 IT구매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존 시스템의 퍼포먼스로는 만족할 수 없는 동료 6천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측, 윈도 전환 필요성 논리 허점 지적
모든 정치인이 윈도10 전환 안건에 동의한 건 아니었다. 반대측은 완료시점까지 5천억유로 이상 예산을 쓰게 될 당국의 전환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뮌헨시 녹색당의 플로리언 로스 대표는 "우리 IT를 개선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건 동의하지만 재정비용 측면에서 윈도로 완전히 롤백하는 비싼 모델이 답이 될지 의문"이라며 "그런 불필요한(unnecessary) 프로젝트에 수많은 자원과 사람들이 매달려야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윈도 전환이 MS라는 단일 SW개발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해, 잠재적 보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독일 연방정보보안청은 SW 영역의 획일성(monoculture)는 위험하다고 거듭 경고해 왔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행정직원들은 간간이 IT 관련 문제를 의회에 보고해 왔지만 최근 설문조사에서 윈도와 MS오피스 환경으로 되돌아가고싶어하는 직원은 일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다만 인사담당부서처럼 리눅스와 오픈소스SW 기반 환경으로 전환한 이래로 고장 및 인쇄 오류같은 현상 때문에 업무생산성이 현저히 하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지난해 컨설팅업체 액센츄어 컨설턴트는 의회 IT환경을 조사한 결과 SW 업데이트와 버그 수정을 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낙후되고 부수시로 매우 분적으로 불안정하며 상시 극도로 불편한 IT로 야기된 결과이며 많은 시간과 생산성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이는 오픈소스SW 사용보다는 시 행정을 맡는 20여곳 이상의 부서간 업무 조정(coordination) 부족을 비판한 것이다.
테크리퍼블릭은 뮌헨시의 결정을 알고 있던 익명의 시의회 내부 관계자가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윈도10 도입을 "비용 측면의 재앙"이라 표현하며 나름대로 잘 굴러온 리눅스 및 오픈소스SW 환경에 불필요한 정책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도 전했다.
■윈도10 이어 오피스2016 도입 추진
윈도10으로의 전환은 단일 사업이 아니라 뮌헨시의 8천900만유로(약 1천145억원)짜리 IT재구성 사업의 일부다. 시의회는 이 사업을 통해 OS 교체뿐아니라 가상화 환경이나 웹 기반으로 구동 가능한 '플랫폼 독립적인' 애플리케이션의 수까지 늘리길 원한다. 시의회는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 테스트 및 업데이트에 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마티아스 커쉬너 유럽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E) 대표는 의회가 어떤 플랫폼에서든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새로운 OS로 전환하는데 그토록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뮌헨시는 OS 독립을 논해 왔는데, 이제는 어째서 OS를 바꾸는데 그토록 시간을 들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FDP/HUT당의 토머스 란프트는 리눅스가 제공하는 제조사 독립성을 포기하기 위해 장기적인 해결책도 아닌 윈도를 채택하는 데 그렇게 돈을 쓰려는 시의회의 행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거의 1억유로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서 징검다리 해법을 쓰려는 이유가 뭐냐"며 "우리는 뮌헨시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고 평했다.
시의회는 윈도10에 더해 MS오피스를 도입하는 안건을 지지하고 있다. 오피스2016 버전 6천개를 가상머신 기반으로 시범 구동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범 도입 계획은 내년(2018년)말 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그 시점에 뮌헨시는 리눅스와 함께 도입해 쓰던 오픈소스SW 리브레오피스를 MS오피스로 바꿀지를 표결에 부칠 전망이다. MS오피스로의 전환이 결정되면 실제 배포는 오는 2021년부터 시작돼 2023까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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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된 보고에 따르면 MS오피스로 전환하는 비용은 윈도10 전환 비용과 합쳐 1억유로(약 1천286억원) 이상에 달할 수 있다. 이는 단순 SW라이선스 구매비용뿐아니라 뮌헨시가 리브레오피스 기반으로 만들어 사용했던 1만2천개의 템플릿(서식)과 매크로를 MS오피스에 맞게 변경하고, 새로운 템플릿 시스템 또한 개발하는 비용을 추산한 결과다.
MS오피스 도입을 지지하는 입장의 논리는 리브레오피스를 쓰는 직원들이 MS오피스와 호환성이 맞지 않는 문제로 외부 기관과 문서를 수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근거를 대고 있다. 하지만 한 익명의 의회 내부 관계자는 수천명의 컴퓨터 사용자 가운데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직원 규모가 60여명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