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 지자체의 향후 5년간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목표가 확정됐다.
참여·분권형 에너지정책 기조를 반영해 지역 주도의 상향식 계획으로 수립됐다는 점이 이번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각 지자체는 계획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약 15%로 늘리고, 분산전원 발전 비중을 22%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모험공사에서 개최된 제20차 에너지위원회에서 17개 광역지자체의 지역에너지계획 수립결과를 확정하고 향후계획을 논의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을 비롯한 3개부처 당연직 위원과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 최종용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대표, 권경현 법무법인 진운 대표,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김창섭 에너지공단 이사장, 한영수 YWCA연합회장,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비롯한 위촉직 위원 등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 '참여·분권' 정책 기조 반영…각 지역 목소리 담았다
지역에너지계획은 에너지법에 따라 에너지기본계획의 효율적인 달성과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광역지자체가 매 5년마다 5년 이상을 계획기간으로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다.
이번 계획에는 지역별 에너지 수급환경을 고려해 오는 2025년까지의 최종에너지 소비 감축목표와 함께 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신산업 등 부문별 추진계획이 포함됐다. 지난해 확정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제3차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 따른 참여·분권형 에너지정책 기조가 반영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 계획 수립과정에서 시·도민 기획단, 워크숍, 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주민·시민단체·에너지사업자 등이 참여함으로써 개방성과 투명성을 확대하는 한편 지역의 실질적인 요구를 담아냈다는 평가다.
전국 17개 지자체는 지역에너지계획을 통해 최종에너지 소비 감축,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분산전원 발전비중에 대한 정량 목표를 설정했다. 공통적으로 ▲기준수요(BAU) 대비 최종에너지 8.7% 감축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15.1%로 확대 ▲분산전원 발전 비중 22%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 수도권 '건물형 태양광' 확대, 충청 '재생에너지·수소산업' 육성
각 지자체는 지역별 에너지 수급환경을 고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산업 육성방안을 제시했다.
전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며 상업·제조업 시설이 밀집된 수도권은 수요관리·도심지역에 적합한 건물형 태양광·연료전지 확대,스마트에너지산단 조성 등의 사업계획을 내놨다.
서울은 건물(가정·상업) 에너지효율화(BRP)와 건물형 태양광을, 경기는 반월·시화 스마트에너지 산단 조성과 기업 에너지효율개선을 목표로 한다. 인천은 섬 지역 해상풍력단지 조성과 공항 내 연료전지 설치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충청권은 태양광 제조기업과 연구·개발(R&D) 인프라를 활용한 재생에너지·수소산업 육성계획을 제시했다.
충북은 음성·진천 태양광산업 융복합단지와 에너지 산학융합지구(혁신도시)를, 충남은 도비도 에너지융복합타운과 RE100 테크노밸리 등 'RE100 혁신벨트'를 조성한다. 이어 대전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제로에너지 시범단지와 수소제품 안전성 지원센터를, 세종은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열병합발전소·지역난방공급시설을 구축키로 했다.
■ 호남, '해상풍력·에너지 산단' 조성, 제주 '전기차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 입지 잠재량이 풍부한 호남권은 대규모 태양광과 해상풍력단지 조성, 한국전력공사 등 전력공기업과 연계한 에너지신산업 육성 등의 사업계획을 내놨다.
전북은 2.8기가와트(GW) 규모의 새만금 수상태양광과 2.4GW 서남해 해상풍력단지를, 전남은 영농형·수상태양광과 안마도·신안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광주는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RE100 통합 에너지그리드 산단, 직류배전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중화학 공업이 발달한 영남권은 석유화학 공정 부생수소를 활용한 수소 생산·공급체계 구축, 기계·조선 산업기반을 활용한 풍력·가스터빈 생태계 육성 계획 등을 제시했다.
울산은 수소시범도시와 동해가스전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고 경남은 풍력·가스터빈 생태계 육성과 수소 생산기지, 액화·저장플랜드를 구축한다. 경북은 동해안 육·해상풍력 클러스터와 도심형 마이크로그리드를, 대구는 전기차 카셰어링 시범지구와 융복합 청정에너지 산단을 만든다. 부산은 시민참여형 가상발전소(VPP)와 에코델타 에너지자립도시를 조성한다.
마지막으로 강원·제주는 우수한 풍황자원을 바탕으로 한 육·해상 풍력단지 조성과 수소경제 육성, 전기차 보급확대 계획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강원은 육상풍력발전단지와 삼척 수소 R&D 특화도시를, 제주는 육·해상 풍력발전지구와 전기차 확대·폐배터리 활용 비즈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 '지역에너지 전문위' 신설…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추가 지정
정부는 지역에너지계획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고 분권형 에너지정책 추진체계가 확립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역이 주도적으로 에너지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이양해 나갈 예정"이라며 "지자체의 에너지 사업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지역의 에너지정책 추진기반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올 하반기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을 통해 에너지진단·개선명령·과태료 부과 등 에너지다소비사업자에 대한 관리기능을 광역지자체에 이양할 계획이다. 또 지자체와의 소통을 통해 지방이양이 필요한 기능을 발굴·이양해 나갈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 주택지원사업의 신청접수·검토 업무는 올해부터 지자체로 이관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실적 등에 따라 지방교부세도 차등지급된다. 지역에너지계획 이행에 필요한 사업들을 지자체가 예산 한도 내에서 패키지 형태로 반영·추진할 수 있는 '지역에너지 통합지원사업'도 신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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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에너지위원회 산하에 중앙정부, 지자체 추천인사, 민간위원 등으로 구성된 '지역에너지 전문위원회'도 신설된다. 지역 특화 에너지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는 오는 7월에 추가지정될 예정이다. 지역에너지 통계도 기초지자체 단위까지 확대 구축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전국 17개 지자체가 최초로 지역에너지계획을 동시에 수립하고 시민참여형 계획수립이 이루어진 결과, 예전에 비해 한층 더 실효성 있는 지역에너지계획이 수립될 수 있었다"며 "지역에너지계획이 착실하게 이행돼 참여·분권형 에너지정책 추진체계의 정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