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코로나19 재확산 비상…거래중단·감원 우려 현실로

이태원 방문 직원 확인 등 대응 분주…'매출 위기' 장기화 고심

디지털경제입력 :2020/05/12 13:55    수정: 2020/05/12 15:23

이태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연장하는 등 긴장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기업간 거래 제한과 인력 감축 조짐이 보이면서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기업들은 이태원 방문 직원들에 자가격리를 하도록 하는 등 조처에 나섰다. 이태원 방문 코로나19 확진지가 나온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티맥스소프트 사업장 일대 IT 기업들은 예정했던 출근 정상화 계획을 취소하고 다시 재택·원격 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확진자 수가 전국 101명이고 이중 서울 발생이 64명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5개 클럽(킹, 트렁크, 퀸, 힘, 소호)에 방문한 5천517명(출입자 명부) 중 연락이 닿지 않은 방문자는 3천112명으로 집계됐다.

이태원 클럽에서 비롯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 감염 확진자가 확산하고 있다. 11일 이태원 모습.(사진=뉴시스)

■'이태원 방문 즉시 알려라'…기업들, 정상근무 철회·자진검사 권고

삼성전자는 지난주 진행된 모바일 문진부터 이태원 방문 여부를 체크 항목에 포함해 작성하도록 했다. 이태원 유흥주점을 방문한 직원들은 검사 후 2주간 자가격리하도록 했고 단순 이태원 지역을 방문한 직원들에게도 자진검사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클럽이나 주점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한 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으면 출근하지 말고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받을 것을 공지했다. 감염자가 다녀간 클럽 등을 방문한 경우 반드시 질병관리본부에 알린 후 관련 지침을 따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계열사에 따라 이태원 방문 직원들에 직원들이 있을 경우 자가격리를 해달라는 등 내용의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가족들의 동선까지 파악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재택 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선제적 조치로 오는 13일까지 사흘간 전 직원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태원 방문 시 자진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공지를 내렸다.

LG전자는 지난달 29일 이후 이태원 방문자는 즉시 기업 상황실로 신고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이태원에 방문한 직원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일 경우 정상 출근한다. LG유플러스에서는 이태원 주점 방문 직원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3일까지 용산 사옥을 폐쇄,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밀접 접촉 직원들은 2주간 재택근무한다.

네이버는 지난 11일로 예정됐던 정상근무 전환을 연기하고 사무실에는 주 2회만 출근하도록 하는 기존의 '전환근무제' 기간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네이버 본사는 티맥스소프트 인근에 위치해 있다. 카카오도 이번주 시행할 예정이었던 정상근무 체제를 철회했다. NHN도 월요일과 목요일 등 주 2회 출근 및 재택근무 병행 방식을 오는 22일까지 유지한다.

최태원 SK 회장이 27일 화상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SK)

■ '팔 시장이 없어 구매 연기'…매출 위기에 인력감축 규모 확대 우려

이태원발 확진자 발생에 따라 코로나19 '2차 확산'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면서 기업들과 협력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과 시장 상황 악화가 예상되면서 구매 주문 연기 기간이 길어지고 인력 축소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국내 대기업의 한 협력사는 최근 비대면 솔루션이 늘어나고 있지만 오프라인 구매가 이뤄져야 하는 건도 빈번하게 있어 코로나19 확산 여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악성 재고 우려에 거래 중단도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A사 관계자는 "기업 생태계에서 팔아야 할 시장이 있어야 포케스트(예측)을 통해 물량을 주문하는데 상황이 악화되면 재고 문제 때문에 거래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비대면으로 가능한 업무도 있지만, 현장에서 검증이 필요한 구매 등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사업 매출이 감소하면서 기업 구매부서가 하반기에나 거래가 가능하다고 알려오거나, 진행 중이던 신규 공급 건 계약이 갑작스럽게 홀딩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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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감원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직원들의 불안 심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5대 그룹사 한 계열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예산 감축을 위해 명예·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 규모를 예년보다 늘리려는 조짐이 보이면서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대 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일정 직급 이상 인력 정리가 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사업 압박으로 퇴사를 유도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예산을 감축하고 비용을 줄이려다보니 연봉이 높은 관리 인력에 대한 조용한 정리가 진행되고 있다. 희망 퇴직 거부시에는 자회사로 발령,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