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BOE, 대형 OLED 패널공급 타진...LGD '긴장'

B15 공장 대형 OLED로 전환 고려, 전문가 "시장 영향 아직 미미"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5/08 18:24    수정: 2020/05/09 15:02

중국 BOE가 현지 TV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 타진에 나서면서 세계 1위 OLED 대형 패널 공급 업체인 LG디스플레이가 긴장하고 있다.

8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중국 1위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는 최근 스카이웍스를 비롯한 중국의 TV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수급을 요청했다.

BOE가 공급을 타진한 대형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인 WOLED(White OLED)보다 발광방식을 한층 개선한 기술(전면발광)로, 중국 푸저우에 위치한 B15에서 생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생산 시기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로 생산품목은 55인치 이상 대형 OLED 패널이 될 전망이다.

BOE CI. (사진=BOE)

중국 현지 소식에 정통한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BOE는 수년전부터 중국의 TV 제조업체들과 OLED TV 완제품 생산을 목표로 WOLED 방식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왔고, 최근 들어 이를 공급하기 위한 영업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BOE가 대형 OLED 생산을 통해 중국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B15 생산라인을 대형 OLED로 전환투자하고, TV 제조업체에 이를 공급하면 정부 보조금을 받을 명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대형 OLED 턱 밑까지 쫓아온 BOE, LGD 광저우 OLED 공장 가동 시점 '부심'

BOE의 대형 OLED 시장 진입은 곧 LG디스플레이가 동 시장에서 갖는 선도 기업의 이미지에 일부 타격을 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더구나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속에 시장 수요 부진으로 광저우 OLED 공장 가동 시점을 고심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관망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BOE가 애플과 차세대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계약을 논의할 정도로 최근 중소형 OLED에 대한 기술력까지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BOE가 중소형에 이어 대형 OLED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브랜드 경쟁에서 LG디스플레이와의 격차가 더욱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BOE는 올해 1분기 450만장(시장 점유율 9.9%)의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패널을 양산해 LG디스플레이와 점유율 격차를 0.1%포인트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이에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오는 2025년에 BOE가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3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LG디스플레이(시장 점유율 8%)를 추월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의 8.5세대 OLED 공장 전경. (사진=LGD)

따라서 BOE의 대형 OLED 양산은 LG디스플레이가 TV 제조업체와 OLED 패널 공급협상 과정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TV 제조업체들이 BOE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대형 OLED 패널을 수급받게 되면 그만큼 단가인하 요구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당초 올해 1분기 공장 가동을 준비했던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OLED 생산라인이다. LG디스플레이가 2분기 중 광저우 OLED 공장의 가동에 돌입할 경우, BOE 시장 진입을 견제할 수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시장이 침체되면서 가동 시점이 불투명졌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내부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초 LG디스플레이의 계획은 광저우 공장가동을 통해 중화 거래선향 중·저가 WOLED 공급을 늘려 OLED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광저우 공장가동 차질로 불발됐다"며 "LG디스플레이가 최근 광저우 공장가동 준비를 거의 끝마쳤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TV 시장의 수요 둔화 때문에 양산 일정을 3분기 이후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BOE 대형 OLED 기술, "LGD와 격차 존재" vs "장기적으로 위협"

BOE가 대형 OLED 기술에서 LG디스플레이를 따라잡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BOE가 공급을 타진 중인 WOLED 기술이 LG디스플레이 대비 수율과 성능 측면에서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당장 대형 OLED 패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LG디스플레이가 WOLED 기반의 대형 OLED 디스플레이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4~5년의 기간이 걸린 만큼 이제 출발선에 선 BOE가 당장은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나아가 BOE의 전면발광 방식 기술은 LG디스플레이의 배면발광 방식 WOLED 기술보다 이론상 휘도(밝기)에서 성능우위에 있지만, 실제 양산 제품이 이론상 효율을 달성할 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BOE가 그간 WOLED 기술을 준비해 왔지만, 단기간에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며 "실제 양산에 돌입한다고 해도 TV 제조업체들이 고급형 OLED TV에는 LG디스플레이 WOLED 패널을, 저가형 OLED TV에는 BOE의 WOLED 패널을 적용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시장 예측도 이같은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BOE와 LG디스플레이의 WOLED 기술은 양산 수율과 품질 측면에서 아직은 BOE가 LG디스플레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BOE가 WOLED 양산을 진행한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시장점유율 확대)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BOE의 대형 OLED 진입이 장기적으로 LG디스플레이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BOE가 대형 OLED 생산공정에 LG디스플레이가 적용 중인 진공증착(진공 상태에서 OLED 원재료를 증착하는 방식) 대비 재료 효율성이 높은 잉크젯프린팅 공정을 통한 양산에 나설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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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젯프린팅 공정기술은 종이에 잉크를 뿌려 인쇄하는 것처럼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진공증착 공정 대비 재료 사용 효율성과 부품 소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장기적으로 BOE가 LG디스플레이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WOLED 대량 양산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BOE의 전면발광 방식 WOLED 기술은 구조상 배면발광 방식보다 8K 해상도(3천840×2천160) 구현에도 유리해 TV 시장의 고해상도 트렌드가 강화될 경우, BOE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현재 전략은 OLED TV 생산량을 늘려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광저우 8.5세대 공장을 빨리 완성해 단가를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잉크젯프린팅 공정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황으로, 경쟁사의 잉크젯프린팅 공정 적용은 위협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