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인구도 줄어들고, 그럼 학교도 줄어들겠죠. 학교 현장에도 분명히 변화가 오게 돼 있습니다. 교육과 온라인의 결합은 앞으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이런 당위성을 좀 더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영욱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부장은 향후 국내 원격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온라인 개학 종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말 코로나19 감염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학사일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교육부는 원격수업을 실시하는 초·중·고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뜻하지 않은 계기로 시작된 전면 온라인 개학인만큼 여러 시행착오가 따랐다. 기술적 측면에선 학생 550만명이 쓰는 원격수업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관련 업체들도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지원에 나섰다.
MS의 경우 학습 콘텐츠 플랫폼 'EBS 온라인 클래스' 운영을 살폈다. 결과적으로 기존 수천명이 쓰던 플랫폼을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수백만명이 쓰는 플랫폼으로 바꿔냈다. 지난 9일 첫 개학 이후 2주 가량이 지난 현재, EBS 온라인 클래스를 비롯한 원격수업 플랫폼들이 별다른 장애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MS 설명이다.
김영욱 한국MS 부장의 주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원격교육 플랫폼들이 상시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풀어내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클라우드 환경에 맞춘 애플리케이션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별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 내외로 감소하면서 정부는 다음달 중 온라인 개학 종료를 고려하고 있다. 김영욱 부장은 전체 초·중·고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수업 체제가 끝나더라도 이같은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교육의 장기적인 흐름을 고려할 때, 온라인 교육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이유에서다.
■2천명 쓰던 '이솦', 전국 학생 위한 온라인 클래스 뒷받침
현재 EBS 온라인 클래스를 뒷받침하는 클라우드의 전신은 EBS 코딩 교육 플랫폼 '이솦'이다. 최대 동시 접속자 수 2천명 단위의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었다. 교육부와 EBS, MS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던 지난달 중순부터 이솦을 서비스하는 MS 애저를 활용해 EBS 온라인 클래스라는 원격수업용 서비스를 구축하고, 가용량을 늘리고자 했다.
"EBS 전체 시스템은 대부분 내부 인프라에 묶여 있고, 이솦만 MS 애저에 구축돼 있었어요. 비교적 중요한 교육 플랫폼은 아니었고, 클라우드 활용을 가볍게 시도해본 거였죠. 그래서 당장 EBS 온라인 클래스를 확장해 구축할 수 있는 수단이 이솦밖에 없었어요.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이니 용량을 늘릴 수 있겠다고 편하게 생각한 거였죠."
그러나 단순히 클라우드 이용량을 늘려서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었다. 구축 당시 수백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가 몰리면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막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철사와 고무줄을 잡아 늘릴 때 늘어나는 정도가 다른 것처럼, 클라우드도 다 한계가 있습니다. 스토리지의 입, 출력할 수 있는 용량 한계, 웹서버의 한계 등이 각각 존재하죠. 클라우드는 최대한 분산시켜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충분히 분산 가능한 구조로 설계돼야 하는 거죠. 2천명이 쓸 때는 문제가 없던 서비스여도, 매우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부분 부분 병목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온라인 개학인데 체계적인 준비 작업을 수행할 만한 시간도 없었다. 김영욱 부장은 MS 내 고급 엔지니어들이 온라인 개학이라는 비상상황 대비를 위해 투입됐다고 언급했다. 대개 클라우드 이용 규모가 큰 게임사 등 주요 고객사에 투입되는 인력들이다. 대규로 운영되는 클라우드 관리 경험도 풍부하고, MS 본사 엔지니어에 직접 업무 요청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지니고 있다.
첫 온라인 개학이 이뤄진 지난 9일, 예상대로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오전 9시30분부터 10시10분까지 이용 장애 현상이 나타났다.
"웹서버와 웹애플리케이션 서버(WAS), 자료를 저장하는 서버로 시스템이 구성돼 있었어요. 이용자가 몰리면서 자료를 꺼내가는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자료를 꺼내가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서버가 매우 많기 때문에 한 대씩 끄고, 다시 켜는 식으로 업데이트해 문제 상황을 해결했죠. 상황 파악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국MS 상황실과 구로에 있는 EBS 상황실, MS 본사 엔지니어들도 함께 지켜보고 있던 상황이었어요."
■"칠판도 처음엔 외면"…온라인 교육 '필수재' 된 미래 온다
온라인 개학 체제가 실시된 지난 2주간 MS와 EBS를 포함한 원격수업 플랫폼 운영사들은 시스템 안정화 작업에 집중해왔다. 지속적인 개선을 거치면서 지난 한 주 동안에는 한 건의 클라우드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비용 절감을 위해 클라우드 사용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핵심 서비스를 안정화하고, 사용자 규모를 감당할 수 있게끔 하는 목표는 달성한 상태입니다. 그 다음 단계로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하고 있습니다. 각종 콜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민원을 분석하고, 민원 내용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긴 셈입니다. 모든 시스템은 이용량 최대 기준으로 설정을 하는데, 점차 이용량 최대치가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시스템도 좀 더 안정됐어요. 2천명짜리 시스템을 키워오는 과정에서 나오는 지표들을 관찰해오며, 탑재된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설정도 계속 수정했습니다."
현재는 온라인 개학 종료를 고려할 정도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줄어든 상태다. 온라인 개학 체제가 끝나면 EBS 온라인 클래스 등 원격수업 플랫폼들의 이용량이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현재 원격수업 플랫폼들을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유연성과 최적화를 보장하는 시스템 구조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김영욱 부장은 이같은 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봤다. 향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교육을 병행하는 학습이 대세화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언젠가 때가 되면 원격수업 플랫폼 자체를 클라우드 최적화된 구조로 바꾸는 게 남겨진 숙제입니다. 최근 EBS 내 교육 담당자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칠판이 처음 도입했을 때도 거부감이 많았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이해하는 내용들이 다 다른데, 교사가 앞에 서서 일방적으로 교육을 하는 건 맞지 않다는 식의 의견이었다고 해요.
온라인 교육도 비슷할 수 있어요. 모든 학교 교사가 열심히 노력하지만, 학생이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씩 다릅니다. 온라인 교육을 통해 균등한 학습 기회를 주면서 이런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어요. 지역이나 학교에 상관없이 같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거죠. 교사 부담을 경감해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섞어 교육하는 '블렌디드 러닝'이 주목받게 될 겁니다. 의지가 있는 학생은 각자 수준에 맞게 교육 과정을 짜고, 점진적으로 학습 수준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하는 그림이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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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김영욱 부장은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문제 없이 이뤄진 것에, IT 인력들의 노고가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EBS 상황실이 사실 교육계의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상황실에 있던 사람들이 집에도 못 가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매우 고생했죠. 아침마다 상황실에서 EBS 온라인 클래스 이용 현황을 지켜보고, 그래프에서 '이상'을 나타내는 빨간색이 나타날 때마다 간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함께 했습니다. 이런 노고가 뒤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