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는 5월20일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3년’을 12개 분야로 나눠 평가하는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이를 위해 업계와 학계의 전문가 41명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소중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시리즈 기사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더 알차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⑫신재생에너지, B학점...일관된 정책 필요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0%를 확대한다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8년부터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 보급된 재생에너지는 누적 21.8기가와트(GW) 규모다.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24개월간의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은 2017년까지 누적 설비규모의 약 2분의 1인 6.9GW였다. 같은 기간 정부의 목표였던 4.14GW의 1.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 3년 성적' 이렇게 매겼습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을 통해 오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석탄과 원자력 발전은 대폭 줄이고, 태양광·수소·풍력에너지 발전을 적극 장려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다.
■ 재생에너지 3020, 지난 3년간 어떻게 추진됐나
정부는 지난 3년간 에너지전환 정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단계별로 추진해왔다.
2017년 12월 이행계획 수립 당시 정부는 2018년부터 2030년까지 총 48.7GW의 신규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가운데 95% 이상을 태양광·풍력으로 보급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였다.
석탄화력·원전 등 전통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기저(基底) 전원을 전환하는 일이기에 부작용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산업부는 2018년 5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부작용 해소대책을 발표했다. 태양광·풍력의 급격한 확대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산지 훼손, 부동산 투기, 소비자 피해 등 구체적인 해소 방안이 마련됐다.
이어 2개월 뒤인 2018년 7월,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고시를 개정하고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했다. RPS는 500메가와트(MW) 이상의 일정 규모를 발전시설로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의무화하는 방침이다. FIT는 생산된 전기의 거래가격이 표준가보다 낮을 경우 차액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이다.
특히 한국형 FIT 제도 도입이 소규모 집단의 에너지 전환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을 기준으로 1MW 이하의 중/소규모 발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면서 "한국형 FIT가 개인·농축산어민·협동조합 등 소규모 주체의 태양광 참여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에는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수립됐다. 친환경·고품질·융복합 중십의 혁신 제품을 유도하고, 기술고도화를 지원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국내 산업 육성 기회로 연결하겠다는 취지였다.
■ 재생에너지 중심축 태양광…올해가 '터닝포인트'
작년까지 국내에 보급된 재생에너지원을 살펴보면, 태양광이 전체의 약 80%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풍력·바이오 발전이 2위를 다투고, 폐기물발전과 수력발전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에 설치된 신규 태양광 설비 규모는 ▲2017년(1천362MW) ▲2018년(2천367MW) ▲지난해(3천129MW) 등 매년 50%를 넘어서는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기업들이 점유율을 확대 중인 상황에서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올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요한 시각이다. 모듈산업은 흥하고 있지만 그 외 부품 산업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중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태양광의 운명이 향후 전체 정책을 좌우할 것이라는 것이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신규 태양광 설치량의 빠른 성장세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면서도 "아직도 법과 제도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부분이 일부 있어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치량 자체가 적은 풍력발전은 올해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신규 착공에 들어간 풍력발전단지는 전무하다. 입지규제와 민원 등의 문제로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콘트롤타워 부재…일관된 정책 방향이 중요"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 ▲REC 가격 현실화 ▲한국형 FIT 확대 ▲융복합 에너지 자립마을 지원 ▲소형풍력 지원 방안 등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일관된 정책 방향이 중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안형근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3개 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사용할 때 기자재의 국산화율에 따른 차등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토트네스와 같은 지역별 융복합에너지 자립마을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신축 건물에 일정 비율 이상의 신재생에너지원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는데, 이 제도 역시 국내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안 교수는 태양광 모듈을 효율별(21%·20%·19%·18% 등)로 차별화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국내 주요 산업의 수준을 고려하면 효율별 차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최저모듈 효율(17.5%) 이상으로 한정된 정책을 과감히 탈피하고, 이를 반드시 기자재 국산화율과 연계해 차별화된 고효율 FIT제도와 장기 REC 구매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도 안 교수는 ▲건축물전용 신재생에너지 FIT제도 도입 ▲친환경 제품·기자재 국산화 사용률 향상을 위한 중소 중견기업 연계 지원정책 ▲저수지·낚시터 등 고효율 국산 수상·해상(연안인근) 태양광 발전소 유치 시 장기간 REC 또는 FIT 보장정책 실시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도를 수립해 목표효율등급에 따른 설치 지원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지자체별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와 재정지원정책 등을 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각 기업들의 RE100 캠페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RE100은 사용 전력의 전체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지난해 7월 기준 구글·애플 등 주요 185개 기업이 참여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기업이 RE100 캠페인에 참여를 하고 싶어도 관련 법/제도가 미비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도적 상황을 개선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지난해 11월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RE100 도입 실험에 나선 바 있다. 기업이 스스로 나서 캠페인에 참여하는 도의적인 책임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제도적 기반이 우선돼야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설명이다.
■ 정부, 앞으로 3년간 재생에너지에 11兆 투입
올해 정부는 태양광·풍력 등 32개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앞으로 3년간 1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태양전지와 부유식 풍력 등 고부가가치 분야 경쟁력 높이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 실행계획에서 주목할 내용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추진을 앞두고 있다는 것. 산업부는 한림 해상풍력과 새만금 태양광 등 2.3GW 규모의 프로젝트 32개를 연내 착공, 올해 1조9천억원 등 향후 3년간 총 11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REC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비율도 지난해 6%에서 올해 7%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올해 의무공급량은 지난해(2만6천967GWh) 대비 16.4% 증가한 3만1천402GWh 수준이다.
또 효율·환경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개선하고, 미래에 대비한 신재생에너지 혁신역량도 강화한다. 올해 도입되는 태양광 모듈 최저효율제(17.5%), 탄소인증제 등이 고효율·친환경 설비확산과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확대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산에 따라 태양광 소재 공급과잉, REC 가격변동 심화 등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셀·모듈 등 고부가가치 분야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강화하고,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 수요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법과 제도의 정비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과의 동반 성장이 가능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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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근 건국대학교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돼 진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활용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며 "정책 실시에 따른 지역주민의 정의와 주민들의 민원 등을 조속히 해결해야하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조속히 해결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해야하는, 일관성있는 정책타워의 부재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