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유가 인식 못 해 일부 증권사 HTS 전산 장애

청산주문 불가능 투자자 피해...증권사들 "피해 파악 중"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국제유가를 인식하지 못한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전산장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원유 선물 거래가 중단되고 강제 반대매매 되는 일이 벌어지며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사상 초유의 일에 준비되지 않았던 HTS는 주문창에서 마이너스 가격을 입력할 수 없어 청산 주문을 할 수 없는 오류를 보였다.

이로 인해 관련 선물 종목인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의 거래가 중단되는 등 사고가 일어났다.

HTS 선물 거래가 중단되면서 일부 원유선물 투자자는 원유선물 만기 연장을 위해 최근 월물을 팔고 차근 월물을 매수하는 월물교체(롤오버)를 하지 못해 투자금을 잃는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이중 일부는 캐시콜까지 받아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캐시콜은 증권사가 고객의 미결제약정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선물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증거금을 넘어서면서 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하는 마진콜 기한을 넘어서면 발생한다.

마이너스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개별 투자자 피해금액이 최대 수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 측은 “예상치 못한 문제로 인해 HTS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 맞다”며 “현재 투자자 손실액 등 피해 상황과 HTS 오류 해결 방안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 외에 한국투자증권 HTS도 WT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시기에 약 1시간 정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콤 HIS는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WTI 가격이 4천만 달러 이상으로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외에 다른 증권사에선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마이너스로 넘어가는 시기에 거래가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으로 시스템적으로 마이너스 거래를 대비한 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