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이 호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세트 사업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면서 2분기 실적 전망에 이목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1분기 사업부문별 확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매출액 55조원, 영업이익 6조4천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8%와 2.73% 증가한 수준이다.
DB금융투자 어규진 연구원은 1분기 잠정실적에 대해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수요 둔화가 3월 이후에 발생하면서 스마트폰과 TV 등 세트 판매량 수량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며 "서버 수요 강세와 모바일 D램 재고 축적 수요로 1분기 D램과 낸드 출하량은 기대치를 충족시키면서 반도체 실적이 호조를 이룬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는 1분기 실적 선방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1분기에는 코로나19 영향이 3월 중순부터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지만, 2분기에는 글로벌 확산과 맞물리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사업 부문 전반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1분기 실적엔 사실상 코로나가 반영된 것이 거의 없다"며 "실제 코로나로 인한 2분기 사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분기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기 때문에 1분기 실적을 선방한 데 대해 어떤 의미나 시선을 둘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3조원 초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이 전년 동기(4조1천200억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3조원 후반대에서 4조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하지만, 디스플레이 부문은 3천억~5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반도체 부문은 언택트(비대면) 솔루션 수요 증가 영향으로 D램과 낸드 비트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선방했다는 평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도 갤럭시S20 판매 효과로 양호했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부진과 리지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가동률 하락, 플렉시블 OLED 물량 감소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1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폭 대비 양호한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북미 경쟁사 대비 높은 기술력으로 거래선 선호도가 상승했고 모바일 D램은 LP DDR4x 가격이 전분기 대비 하락했지만, LP DDR5x 선제적 출시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은 전년 동기(2조2천700억원)보다 소폭 상승한 2조원 중반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은 6천만대 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영향과 마케팅 부재로 플래그십 갤럭시S20 판매 둔화와 중가 갤럭시A 출시 지연이 발생했지만,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는 것. 1분기에는 갤럭시S20과 갤럭시Z 플립과 5G 모델 비중 확대로 전체 판매량 중 프리미엄 비중이 높아지면서 평균판매가격이 상승했다고 대신증권은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마케팅이 축소되면서 관련 비용이 절감됐으며, 경쟁사인 중국 업체들과 애플의 제품 생산 차질로 경쟁도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전년 동기(5천400억원)와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한 4천억~5천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TV와 생활가전 제품도 제한적인 코로나19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올 1분기 삼성전자 VD사업부 매출액과 TV 판매량이 모두 전분기 대비 40% 가량 감소하고, 같은 기간 가전 매출액은 약 13%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TV 수요 부진에 따라 출하량은 줄었지만 프리미엄 가전 온라인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공기청정기, 건조기 등 위생 가전 판매 호조와 중국 업체 생산 차질로 반사 수혜가 있었다는 추정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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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엔 세트 사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을 전망이다.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서버향 제품 가격 강세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는 도쿄 올림픽 등 스포츠 이벤트 연기와 취소로 TV 수요가 줄어들면서 패널 가격 약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회성 이익 반영 요인은 남아있다. 세트 제품은 이 기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2분기 삼성 세트 사업부의 경우 셀아웃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비용 부담 등으로 IM·CE부문 손익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