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미국 회계감독위에 딜로이트안진 고발

"공정가치 산출 업무 위반...주주 분쟁 장기화로 손해 커"

금융입력 :2020/03/31 15:11

교보생명이 공정시장가치 산출 업무 기준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고발했다고 31일 밝혔다.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이 풋옵션을 행사한 시점은 2018년 10월 23일과 24일인데, 이 시점이 아닌 직전 1년의 동종 그룹 주가를 사용했다며 업무 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낸 공정가치는 주당 40만9천912원인데 산출 시점인 직전 1년에 동종 그룹의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해 주가 산출이 합당하지 않다는 게 교보생명 측 설명이다. 교보생명은 상장한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동종 업계인 삼성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등의 주가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참고해 공정가치를 산출한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고발한 건인데 주주 간 분쟁이 길어지면서 유무형적 손해가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이 있어 공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33.78% 지분을 보유한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2012년 9월 어피니티 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와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풋옵션은 시장가격에 관계없이 특정 상품을 특정 시점 특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풋옵션에서 정한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높으면 차액만큼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풋옵션 계약 당시 교보생명은 주당 가치를 산출하지 않았고, 풋옵션 행사 시 도출된 가격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492만주의 풋옵션을 요구했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산출 가격을 적용하면 교보생명은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2조167억여원 수준을 줘야 한다.

교보생명이 미국 회계감독위원회 고발 전인 2019년 3월 20일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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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측은 "ICC 중재 판정부가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주장을 모두 수용해 최대주주에게 주당 40만9천912원에 매수하라고 판정하고, 최대주주가 충분한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는 상황마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금융당국 공시 의무 대상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미국 회계감독위원회 고발 외에도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 글로벌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장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주주 간 분쟁이 장기화돼 유무형의 영업상 손해가 발생해 회사 차원서 고발에 나선 것"이라며 "회사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