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號가 30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출항한다. 구현모 체제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구현모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30여년 만에 CEO가 됐고 남중수 전 사장 이후 11년 만에 사내 출신이 KT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2009년 도입된 회장체제도 다시 사장체제로 복귀된다. 500만을 넘어선 5G 시대, 유료방송시장의 M&A,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이 무산된 케이뱅크에 대해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 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폭락한 KT의 기업 가치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주목된다.[편집자주]
KT가 회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됐던 과거를 벗고 새롭게 태어났다.
구현모 대표이사는 차기 CEO 선정 과정에서 자신의 경쟁자였던 박윤영 기업 부문 사장과 표현명 전 KT렌탈 사장을 사내·사외 이사로 선임해 제왕적 권위를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KT는 30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선정된 구현모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승인하고, 구 사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을 신규로 선임했다.
신규 선임된 사내·사외 이사 중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박윤영 사장과 표현명 전 사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KT 차기 CEO 선임과정에서 최종 후보 9인에 이름을 올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구현모 사장 입장에서는 CEO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경쟁자인 셈이다.
왕좌에 오른 후 경쟁자를 숙청하는 일이 빈번한 역사와는 다르게 구현모 사장은 이들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CEO로서의 권위를 내려놓고 평화로운 공존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 최종 경쟁자에서 사장까지…박윤영 사장, 사내 이사 선임
특히 박윤영 사장은 지난해 CEO 선임 과정에서 구현모 사장과 함께 최종 3인에 오른 유력 후보였다. 구현모 사장이 CEO에 내정된 이후 박윤영 당시 부사장의 거취가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은 회사 내외부에 걸쳐 만연했다.
그러나 구 사장은 자신이 직접 추진한 인사에서부터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박윤영 부사장의 사장 승진과 복수 사장 체제 도입이 그것이다. 올해 박 부사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KT는 박윤영 사장이 23년간 KT의 ▲R&D ▲마케팅 ▲신사업 ▲B2B ▲글로벌 부문을 담당하며, 창의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사업추진과 효율적인 업무 방식으로 회사의 실질적인 성장과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B2B 사업 분야에서 신규 사업 수주와 매출실적을 성장세로 끌어 올려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KT 이사회는 “올해 회사가 고객 삶의 변화와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겠다는 새로운 경영 방향을 수립했고, 박윤영 사장은 B2B 측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 회사 기업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신사업 시너지 기대"…표현명 전 사장, 사외이사 선임
표현명 KT 전 사장 역시 지난해 차기 CEO 선임과정에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2015년 KT렌탈 대표로 근무하던 중 회사가 롯데에 매각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받아 롯데렌털에서도 대표로 재직했다는 비교적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KT는 표현명 전 사장이 과거 회사의 주요 사업 및 경영전략 부서장을 역임하여 통신사업과 경영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이를 활용해 기업가치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KT가 향후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모빌리티·금융 사업 부문에서 표 전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너지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선임의 배경으로는 통신시장 포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요구되는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표 전 사장의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성공경험이 회사의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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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KT는 올해 주총을 통해 박종욱 전략기획부문장(부사장)을 사내 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강충구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교수와 박찬희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부교수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신규 이사 선임으로 KT의 사내이사는 ▲구현모(대표이사) ▲박윤영 ▲박종욱 등 3명, 사외이사는 ▲표현명 ▲장충구 ▲박찬희 ▲여은정 ▲이강철 ▲김대유 ▲유희열 ▲성태윤 등 8명으로 구성이 완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