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D, 애플 신제품 출시 연기 소식에 긴장

OLED 사업에 비상등 켜져...비상 대응책 마련나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3/26 15:33    수정: 2020/03/26 16: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애플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이 올해 9월로 예정된 차세대 아이폰의 출시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OLED) 사업에 비상등이 켜진 탓이다.

26일 일본의 닛케이 아시안 리뷰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내부회의를 통해 올 가을로 예정된 차세대 아이폰 출시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애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닛케이 아시안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제약과 별개로 스마트폰 업그레이드(교체)에 대한 수요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며 "애플이 적어도 5월에는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 출시일정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 (사진=픽사베이)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내부적으로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비상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의 출하물량을 대폭 줄이거나 출시시점을 올해 말로 연기할 경우,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지만, 이 때문에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 출시일정을 무조건 미룰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최근 베트남 OLED 모듈 공장에 전문인력을 배치한 것도 애플 등의 주요 거래선이 하반기 물량공급 안정화를 요청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예년 대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적인 소비 둔화가 나타나고 있는 동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캡티브 거래선인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갤럭시S20 시리즈) 판매 부진도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20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예컨대 키움증권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연간 영업이익으로 작년 대비 23.02% 줄어든 1조2천1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또 코로나19 여파가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1분기와 2분기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 부문에서 적자행진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이 나타나 디스플레이 실적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갤럭시S20의 판매량이 1분기 900만대에서 2분기 500~600만대로 급감하고, 관련 마케팅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 출시연기 외에도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정책으로 자국 제품의 적용 비중을 높이도록 권장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가 더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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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ZTE, 원플러스, 메이쥬 등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BOE와 티안마, 비전옥스 등의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로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 수급 비중을 기존보다 확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중국 소식에 밝은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조금을 통한 자급률 높이기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국 패널 업체들의 유기발광다이오드 수급 물량을 일정 부분 확대해야 하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공급 물량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