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자, 기존 금융 시스템의 대안으로 등장한 비트코인이 진가를 발휘할 때가 왔다는 주장이 암호화폐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최근 비트코인 하락장에 '안전자산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대치된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증시가 폭락장을 겪을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동시 하락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나 '안전한 도피처'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최근 비트코인 하락장을 "코로나19 패닉으로 모든 자산을 팔아 현금화하는 흐름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 비트코인이 등장한 것처럼,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졌을 때 비트코인이 가치를 드러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트코인, 반토막...안전자산 회의론 부상
이전까지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심화됐을 때,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을 때가 그랬다.
이에 미국 증시 하락으로 도피처를 찾던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몰린 것이란 해석과 함께 '비트코인 안전자산론'이 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공포가 자산 시장을 덮친 2월 중순부터 두 시장이 함께 하락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특히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와 비트코인이 동시에 폭락하면서,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회의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는 10% 안팎 폭락해, 120년 역사에 '1987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이날 비트코인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45.7% 하락해 4천180달러(약 508만원)까지 밀렸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643억 달러(약 65조원) 증발해, 764억 달러 규모로 주저 앉았다.
■암호화폐 지지자들 "비트코인, 경제 위기에 강해...진가 발휘할 것"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이번 하락장만 놓고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인지 아닌지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값도 연일 하락할 만큼 지금 상황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유명 비트코인 투자자인 에릭 부어히스 셰이프시프트 CEO는 12일 미디엄 블로그를 통해 이날 비트코인 폭락 이유에 대해 "돈을 가진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현금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또 "오늘 하루 20~30% 큰 하락을 겪었지만 이런 일은 (비트코인 역사상) 항상 단기적였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부어히스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심화되면, 비트코인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란 주장도 펼쳤다.
그는 "코로나19는 바이러스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며 "글로벌 경제 전체는 불확실성과 금융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거짓과 마법 위에 세워진 금융시스템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반면,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국경이 없고 정치와 무관한 금융 시스템이 가지는 근본적인 가치는 너무나 강력하다"며 "비트코인은 십년 이상의 시간동안 모든 장애물과 의심을 극복해왔고 오늘 같은 시간을 준비해 왔다"고 추켜세웠다.
코로나19 사태로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 시스템에 대한 위험회피(헤지) 수단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공동 창업자이자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테일러 윙클보스는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팬데믹에 대한 헤지수단이 아니라 법정화폐 체제에 대한 헤지 수단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지목하며 "이런 일에 대비한 세계 최대 헤지 수단이 바로 비트코인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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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준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추고, 7천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를 시행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가 많아져 많아져 화폐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비트코인은 2009년 처음 탄생했을 때부터 총 발행량이 2천100만 개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통화 팽창 문제에서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