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여부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현금 사용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중앙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CBDC 발행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CBDC 발행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만큼 폭 넓게 의견을 수렴한 다음 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BOE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중앙은행 디지털통화: 기회와 도전, 그리고 설계'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디스커션 페이퍼)를 공개하며 "CBDC 도입의 이점과 위험, 실용성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BOE는 아직 CBDC 발행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번 의견 수렴을 통해 CBDC의 이점이 위험을 능하가는지 평가하고 CBDC를 도입할 경우 적절한 설계 방식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반 대중, 기술 제공 업체, 지불 산업, 금융 기관, 학계, 다른 중앙 은행 및 공공 기관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오는 6월12일까지 피드백을 요청했다.
■CBDC 발행 여부 검토 배경엔 현금사용 감소
이날 함께 공개된 참고자료에 따르면 BOE가 CBDC 발행을 검토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현금 사용량 감소에 있다.
BOE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형태의 돈인 현금의 사용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가장 많이 있는 결제 수단은 직불카드다. 2018년 기준 전체 거래에서 직불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9%, 현금은 28%를 기록했다. 3년 전부터 직불카드 사용이 현금 사용을 앞지르기 시작해 이제 상당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BOE는 "중앙은행은 경제 시스템 내에서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형태의 돈을 발행하는 주체로서 현금의 보완재로 전자적인 화폐인 CBDC를 대중에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게 됐다"며 CBDC 발행 검토 이유를 설명했다.
디지털 파운드화 도입의 장점에 대해선 "빠르고,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결제" 시스템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BOE는 "스테이블코인 같이 민간이 발행한 새로운 형태의 돈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있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현금 사용이 감소함에 따라 미래에 특히 이 부분이 중요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BOE는 디지털 파운드화 도입 시 우려할 사항으로 영국의 시중은행 시스템이 불안정해 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상당한 예금 잔고가 시중 은행에서 중앙은행의 CBDC로 이동할 경우, 기존 시중 은행이 광범위한 경제에 제공해 온 광의통화나 광의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시중 은행을 통해 통화 정책을 실행하고, 금융 안정성을 확보해 왔던 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CBDC 구현에 블록체인 기술 활용하나?
BOE는 CBDC를 발행한다면 기술적으로 어떤 방식을 택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블록체인 기술 활용 여부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고민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BOE는 "CBDC를 반드시 분산원장기술(DLT)로 구축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며 "전통적인 중앙집중 기술을 사용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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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CBDC를 DLT방식으로 구축할 때 복원력(탄력성)과 가용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고 성능·프라이버시·보안 측면에서 단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BOE는 CBDC의 단점, 이점, 설계 방식 등 모두 주제에 대하 열어놓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입장이지만, 디지털 파운드화를 발행하더라도 기존 종이, 동전 형태의 파운드화와 동일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은 못박았다. "CBDC의 10파운드는 항상 10파운드 지폐와 같은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