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디지털화폐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리브라 네트워크 안에서 자체 화폐 리브라뿐 아니라 법정화폐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나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CBDC)까지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 리브라 프로젝트를 다양한 디지털화폐가 호환되는 결제 시스템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이번 전략 수정은 리브라가 '화폐'보다 '결제 시스템' 개발에 방점을 둔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해, 규제 당국의 견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당초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글로벌 단일 화폐'라고 소개하면서 세계 규제 당국의 집중 견제를 받아왔다.
3일(현지시간) 디인포메이션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페이스북이 올해 가을 쯤 디지털월렛 '칼리브라'를 출시할 것이고, 이때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뿐 아니라 달러나 유로 등 법정화폐 기반 디지털화폐도 함께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역시 페이스북 측에 "법정 화폐의 디지털 버전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리브라 토큰 또한 여전히 출시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디인포메이션은 최초에 페이스북이 칼리브라에서 리브라를 이용할 수 없게 제한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이후 기사를 수정했다. 보도 직후 페이스북 측이 "칼리브라 월렛에서 리브라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뉴스는 사실과 다르며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외신을 종합하면,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다양한 디지털화폐를 수용하는 결제 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에 IT, 금융, 이커머스, 통신 분야의 글로벌 기업 20여 곳과 함께 연합해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화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리브라를 "글로벌 단일 디지털 화폐"로 소개하며 "거의 제로에 가까운 비용으로 어디로든 돈을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단일 화폐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코인이 호환되는 네트워크로 전략을 수정한 이유는 규제 당국의 견제로 출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을 풀어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페이스북 발표 직후 세계 규제 당국은 즉시 견제에 나섰다. 페이스북 같이 글로벌 규모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민간 기업이 독립적인 화폐를 발행한다면 세계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지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발행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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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당국이 견제하는 이유가 민간 기업의 주권화폐 발행인 만큼 리브라 프로젝트를 디지털 화폐 결제 시스템으로 재정의하는 전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전략 수정으로 리브라가 중앙은행발행 디지털화폐(CBDC)와 경쟁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히는 효과도 얻었다. 중국, 미국, 영국, 유럽 등이 CBDC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