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방송 체계 개편이 논의된다. 방송법 상 ‘방송’의 개념도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한다. OTT를 비롯해 미래형 방송통신 융합서비스의 진입규제 완화 고민도 시작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에서 중장기 방송제도개선 추진반이 제출한 정책제안서를 접수했다.
정책제안서는 미디어 환경변화 대응과 방송의 공공성 강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정책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방송, 통신, 미디어,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제도개선 추진반의 논의 결과다.
추진반은 허욱 상임위원을 중심으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주관해 10개월 간 운영했다. 방송규제체계 개선방안과 방송통신제도 정비방안을 중심으로 분과를 나눠 논의를 거쳤고, 융합시대 미디어의 공공성 회복과 이용자 권익제고를 정책목표로 정책제안서를 마련했다.
정책제안서의 3대 정책 추진방향으로 ▲액세스권 강화를 통한 이용자 권리확대 ▲방송규제체계 재구조화 및 규제개선 ▲공정경쟁 환경조성 및 기술발전의 제도적 수용 등을 꼽았다.
아울러 세부 정책과제로 ‘방송의 공공성 강화 및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 회복방안’과 ‘방송?통신?인터넷 융합에 따른 미래지향적 규제체계 정비방안’의 2대 정책분야, 10대 과제로 마련했다.
방통위에 접수된 추진반의 정책제안서는 각가의 과제에 따라 시급한 부분을 우선 추진하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별도로 구분해 논의를 이어간다.
예컨대 단기적으로 광고, 편성, 기술규제 등 개별 규제개선과 지역방송 발전방안 및 이용자 권익 강화를 위한 정책방안 등은 2020년 업무계획에 따라 추진한다.
방송의 공공성 강화 및 방송통신 통합 규제체계 방안 등 범사회적 숙의와 방통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정책연구 및 의견수렴 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 공영방송 민영방송 체계 바꾼다
방송의 공적가치 실현화 산업적 혁신이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이 추구할 가치와 책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공성 회복과 산업성 및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각각의 영역에서 추구할 가치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소유구조와 재원조달 방식을 고려해 공공과 민간의 영역을 나누고 시장에서 제공되기 어려운 공공서비스는 유지하되 경쟁 활성화와 투자 촉진을 모표로 사후적 행태규제 방식으로 단계적인 전환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 강화ㅘ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 회복 방안을 되찾겠다는 설명이다.
■ 공영방송과 공공서비스방송 분리
방송의 공공성은 어떤 환경에서도 방송이 지향할 중요한 가치로 꼽힌다. 하지만 사업 환경이 치열한 경쟁 속으로 빠지면서 공공성 후퇴 우려는 커지고 있다.
공영방송과 공공서비스방송으로 분리해 허가체계별 책무를 명확하게 하자는 논의가 나온 이유다.
우선 공영방송은 법적 실체를 새롭게 규정하고 구체적인 공적책무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서비스방송(PSB) 개념을 새롭게 도입해 법률로 공적책무를 정하고, 방송사가 수행하고자 하는 공공서비스와 지배구조를 갖추면 정부는 설명책임을 부과하되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적재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를 두고 공영방송과 PSB의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 취약해진 방송재원...다각화 모색
방송광고는 감소하는 반면 모바일과 온라인 광고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수신료 정체로 방송재원이 취약한 상태다.
방송재원을 되살리기 위해 다각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공영방송의 경우 경영합리화를 전제로 수신료 현실화를 고민하고 사회적 기여도를 고려해 OTT 등의 서비스에도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를 검토한다.
지상파 중간광로를 비롯한 광고규제 개선도 검토하고 미디어렙의 배분제도 역시 개선 검토 사항으로 꼽혔다.
■ 미디어 정책 결정에 이용자 참여 강화
현재 방송의 이용자 권익은 시청자 불만처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적극적인 미디어 활용과 정책결정 참여 등 이용자 권익을 확대할 필요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이용자 관점이 반영되도록 미디어 정책을 결정할 때 국민참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청자위원회 운영과 평가를 강화하고 미디어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책제안서에 담겼다.
다만 여전히 이용자 관점보다 사업자 관점이 우선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방송 지역성 개념 바꾼다
방송 지역성 약화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특히 IPTV를 중심으로 한 케이블TV 인수합병이 진행되면서 지역방송의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울러 OTT 활성화도 방송 지역성 약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성 개념을 다시 설정해야 지역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겸영규제 완화, 공정재원 배분방안, 편성 권역규제 등도 지역성 강화를 위해 다시 검토할 사항으로 꼽혔다.
■ 보편적 서비스 개념 고민
보편적 서비스의 개념, 대상, 수단을 설정하는 고민이 커졌다. 유료방송, 무료방송 관계없이 보편적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도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재난방송과 같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와 대상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 서비스의 수단 확장을 위해 지상파 네트워크가 다양한 네트워크나 전송방식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요구되고 있다. 단, 기술중립성 원칙을 따른다는 전제다.
■ 방송통신 수직적 규제체계 불균형 해소
국내 방송과 통신의 수직적 규제체계는 지난 2000년에 마련된 방송법 틀 내에서 항상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방송법과 IPTV법, 전기통신사업법 경계 영역에 있는 융합 서비스는 아우르지 못하고 동일서비스에 대한 규제 불균형은 산업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 ▲공익성, 이용자 보호등 규제 목적 ▲사업자 규모와 영향력에 부합하는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별 계층 구분 등이 개선 방안으로 꼽혔다.
■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개념 도입
현행 방송법 상 방송 개념의 경계는 이미 과거형이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고 기술 진화 등을 고려할 때 과거에 만들어진 방송 개념은 실제 방송을 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법 상 방송 개념을 확장하는 것보다는 방송의 범위를 처음부터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송 개념을 서비스 중심으로 바꾸고 방송, 통신, 인터넷 융합환경에 맞도록 미디어 성격을 고려한 새로운 개념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겸이 힘을 얻고 있다. 예컨대 가칭 시청각미디어서비스란 개념을 신설하는 식이다. 이같은 논의는 EU에서 이미 이뤄졌다.
우선 동영상 여부를 기준으로 시청각미디어서비스와 정보사회서비스를 구분한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내에 실시간 서비스와 주문형 서비스를 구분하고 지상파방송의 채널과 플랫폼 서비스를 따로 두는 방안도 검토한다.
■ OTT 정책 방안 마련
OTT의 등장은 방송정책 상 큰 고민거리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급격한 성장과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잠식을 보이고 있고, 기존 국내 유료방송과 규제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언제든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최소 규제 원칙이 논의되고 있고 역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차별 문제가 지적받고 있다. 이에 따라 최소한의 시장 모니터링을 위한 자료제출 의무화, 금지행위와 분쟁조정 법적 근거 마련, 해외 사업자 규제 실효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안서에 포함됐다.
■ 미래형 서비스 진입규제 완화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나 5G 네트워크, IP기반 ATSC 3.0 등의 미래형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일부 기술규제 벽에 가로막혀 있다.
때문에 혁신적 서비스의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방송통신 서비스와 관련 사업자 대상으로 방발기금 부과, 콘텐츠 지원활용 등을 앞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허욱 상임위원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방송통신 미디어 제도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사회적 요구가 큼에 따라 추진반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제도개선 추진반의 논의과정과 축적된 자료, 의견수렴 결과 등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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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위원장은 “방송, 통신, 인터넷의 융합과 방송의 공공성 약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급성장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미디어정책 비전과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한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래지향적 미디어 제도개선의 방향과 개념적 틀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치열한 논의를 위한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방통위는 이용자 입장에서 미디어의 공공성은 유지하되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추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