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거대한 자본을 보유한 IPTV 3사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상대적 약자 입장에 놓였던 ‘콘텐츠’ 시장 경쟁력 강화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IPTV가 상대적으로 강한 협상력을 통해 콘텐츠 시장을 압박할 경우 국내 콘텐츠 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고화질 콘텐츠 제작이 불가능해지는 악순환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터넷동영상(OTT) 서비스의 성장으로 국내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진단한다. [편집자주]
상품은 먼저 제공하고 대가는 나중에 산정하는 이상한 계약 관계가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콘텐츠 사업자 사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IPTV가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채널사용사업자(PP)의 계약 체결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국내 콘텐츠 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PP 사업자는 ‘2020년도 방송프로그램 사용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IPTV에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건강한 방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기에 계약 체결을 완료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지만, 협상 주체인 IPTV가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으면서 속을 태우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PP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계약이라면 상품 공급에 따른 대가 및 기간 등을 명시한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에 따라 상품을 납품해야 하지만,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갑의 지위에 있는 IPTV가 원할 때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IPTV가 회계연도 마감일까지 협상을 늦춤으로써, PP가 마지못해 계약 조건을 수용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 협상 늦출수록 IPTV에 유리…PP업계 “甲에 따를 수 밖에“
‘방송프로그램 사용 계약’은 IPTV·케이블TV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PP가 한 해 동안 어떤 채널에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대가로 얼마를 받을지 등을 정하는 내용이다. PP 입장에서는 계약이 우선 체결돼야 올 한 해 수익을 가늠할 수 있고, 그에 맞춰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IPTV 입장에서는 PP와의 계약에 큰 관심이 없다. PP에 지급해야 하는 콘텐츠 대가가 지출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협상이 지연될수록 PP의 콘텐츠 대가 인상 요구가 약화한다는 점 역시 계약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양측 입장이 나뉘지만 주도권은 IPTV에 있다, 이유로는 PP에 비해 IPTV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입장에 있다는 점이 꼽힌다. PP는 IPTV의 방송 불가 결정 시 곧바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고, 이는 IPTV가 정한 계약 시기와 대가를 PP가 그대로 수용하는 원인이 된다.
PP 업계 관계자는 “IPTV가 수수료를 수익으로 올릴 수 있는 홈쇼핑과는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지만, PP와의 협상은 미루고 있다”며 “IPTV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전년도 수준의 낮은 대가를 지속해서 받기 때문에 PP는 계약 시기가 늦춰질수록 불리한 협상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시장 질서 확립에 정부 나서야”…방통위 “관리·감독 강화할 것”
불공정 계약이 관행으로 굳어지자 PP 업계는 공정한 콘텐츠 시장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넘어 금지행위 등 입법을 통해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PP는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방통위는 ‘유료방송시장 채널 계약 절차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IPTV가 매년 12월31일까지 계약을 완료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탓에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PP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가운데 PP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하는 현시점에서 계약 체결 지연이라는 그릇된 관행이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로 개선돼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이나 행정지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금지행위 등 입법을 통해 공정한 시장 질서가 확립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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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방통위는 IPTV와 PP 간 방송프로그램 사용계약이 사적 자치 영역인 만큼 법률로 강제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PP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받은 결과 현재 방식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던 만큼, 사적자치의 영역이 사업자 간 계약을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도입하기 어렵다”며 “다만 사업자들이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가능한 만큼, 올해부터 협회 등을 통해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