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채널 개편 연 1회→2회로 확대…찬반 갈려

IPTV·케이블TV “유연성 필요” vs 홈쇼핑·PP “경제적 부담 시청자 피해 우려”

방송/통신입력 :2020/03/04 17:28    수정: 2020/03/05 07:21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IPTV·케이블TV 사업자의 채널 개편 회수를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지침 개정을 추진한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채널 편성 자율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 걸맞게 IPTV·케이블TV는 찬성하는 반면, 방송 시장의 또 다른 축인 홈쇼핑·PP 업계가 강한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채널 정기개편 횟수 개선’을 위해 IPTV·케이블TV·홈쇼핑·프로그램제작(PP)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현재 연 1회로 제한된 유료방송 사업자의 채널 개편 기회를 연 2회로 확대하되, 추가 1회 개편은 전체 운용 채널의 15% 이하만 허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채널 구성권에 유연성 강화와 함께,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의 PP 업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려한 개정안”이라며 “유료방송 시장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해 검토한 뒤 이르면 연내 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 IPTV·케이블TV, 개정 찬성…“채널 편성 자율성 확대”

현행 기준에 따르면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는 연간 1회 채널 편성을 개편할 수 있다. 이는 2018년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유료방송 이용약관 신고 절차’에 따른 제한이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잦은 채널 편성 개편이 시청자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사업자의 채널 개편 횟수를 제한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과기정통부는 생각을 바꿨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OTT가 유료방송의 경쟁자로 급부상함에 따라,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사업자의 채널 구성 자율권을 제한하는 채널 개편 횟수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유료방송 사업자는 홈쇼핑 사업자와 계약을 통해 채널 번호를 확정한 뒤, PP와 개별 계약을 통해 나머지 채널을 편성한다. 기존에는 연간 1회로 채널 개편이 제한된 탓에 홈쇼핑과 PP 간 계약이 모두 완료된 이후 채널을 편성해야 한다는 불편이 있었다.

IPTV업계 관계자는 “홈쇼핑과 PP의 계약 시기가 다른데, 편성을 한 번에 하려다 보니 융통성 있는 채널 편성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연간 2회 개편이 가능해질 경우. 계약을 끝낸 사업자부터 채널 편성을 마친 후, 차근차근 추후 개편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홈쇼핑·PP업계, 개정 반대…“IPTV 협상력만 강화될 것”

과기정통부의 개정 움직임에 대해 홈쇼핑·PP 업계는 ‘반대’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채널 개편 횟수 증가가 유료방송 사업자의 협상력 강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홈쇼핑·PP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PP업계 관계자는 채널 개편 횟수 증가를 전세 계약에 빗대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PP 사업자 입장에서는 1년간 어떤 번호에서 콘텐츠를 송출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하고, 일종의 사용권을 보장받았던 것”이라며 “채널 개편 횟수가 늘어나면 기존 1년간 보장받던 사용권이 흔들리고, 사업자는 채널 번호가 바뀌거나 박탈당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IPTV·케이블TV가 강화된 협상력을 토대로 홈쇼핑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협상력이 강해지면 가장 먼저 홈쇼핑 사업자에게 수수료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홈쇼핑 사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나아가 소비자가 부담하는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PP 보호 수단 실효성 부재…시청자 피해도 우려

과기정통부는 PP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사전에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2번의 개편 중 1회에 한해서는 전체 15% 이하만 개편할 수 있도록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홈쇼핑·PP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낸다. 지난해 기준 채널 개편 비중은 전체 12~20% 수준에 불과한 만큼,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PP업계 관계자는 “기존 정기개편 시에도 상당수 채널은 번호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며 “15% 이하라는 기준은 사실상 유료방송 사업자가 바꾸고 싶은 채널을 모두 바꿀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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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채널 개편이 시청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널 번호가 수시로 바뀔 경우, 원하는 채널을 시청하지 못하게 되면서 시청자의 권익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편익 증대와 시청자 권익 보호가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가운데, 정부가 유료방송의 손을 들어 준 것”이라며 “유료방송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이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