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9일 0시를 기해 시행한 한국·중국발 항공편 제한 조치가 승객 뿐만 아니라 반도체 수입까지 차단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높다. 양국간 항공편이 평소 대비 90% 이상 줄어들면서 항공편을 이용해 수송되던 D램과 낸드플래시, SSD 등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이 아닌 일본 내 공장에서 데스크톱 PC와 노트북을 생산하던 일본HP와 레노버·후지츠·NEC, 바이오 주식회사 등 주요 업체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항공편 제한 조치가 4월 이후에도 지속될 경우 B2B 시장은 물론 도쿄 올림픽 지원용으로 납품돼야 하는 PC 생산 지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중국산 PC 기피..일본산 제품 선호"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판매되는 PC 제품은 대부분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 공장에서 생산되어 수입된다. 그러나 일본 PC 시장에는 일본 내에서 PC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다수 있다.
일본HP는 현재 도쿄도 히노 시에서 B2B 시장용 데스크톱 PC와 노트북을 생산 중이다. 후지츠는 후쿠시마 현 내에서 일체형 PC를, 레노버와 NEC는 야마가타 현 요네자와 시에서 업무용 씽크패드 일부 제품과 초경량 노트북 '라비'와 서버 등을 생산한다. 2014년 소니 PC사업 매각 이후 신설된 바이오 주식회사는 현재 나가노 현 아즈미노 시에서 노트북을 생산한다.
이 중 일본HP는 일일 1만 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주로 B2B 시장에 납품되는 PC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B2B 시장의 점유율도 20% 이상에 달한다.
글로벌 제조사 관계자 T씨는 "일본 B2B 시장, 특히 공공기관으로 갈수록 중국산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 일본HP 역시 이런 비(非) 중국산 제품 선호 기조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한일간 항공편 90% 감소..제한 조치 연장 우려도
일본 PC 제조사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난 해 1월에는 DDR3/4 메모리와 SSD,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한국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상품을 미국이나 중국, 대만 등 다른 국가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한지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제품 품질과 납기 대응 능력 등 여러 요소를 검토한 결과 '현상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D램이나 낸드플래시, SSD 등 반도체 제품은 수급 주기와 중량 등을 감안해 주로 항공편으로 수출된다. 문제는 한일 구간을 오가는 항공편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9일부터 1주일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은 총 25편으로 예년 대비 90% 이상 줄었다.문제는 일본 정부의 제한 조치가 4월 이후 계속될 경우다. T씨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한 달치 부품에 대한 재고를 가지고 있겠지만 선호도가 높은 일부 용량 제품의 경우 수입 등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신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들여오려고 해도 중국발 항공편 역시 감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PC 교체·올림픽 관련 수요 충족 차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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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씨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 B2B PC 시장 역시 올 초 윈도7 지원 종료에 맞춰 대거 PC를 교체했지만 중소 규모 기업들은 PC 교체를 미룬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교체 수요를 감당할 제품 생산은 물론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도쿄 올림픽 지원을 위해 필요한 데스크톱PC나 노트북, 서버 등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수출 차질과 관련해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T씨는 "지난 달 주요 사업장의 코로나19 확진자나 밀접접촉자, 의심증상자 관련 공지 이외에는 특별히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