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TSMC가 상반기부터 파운드리 시장에서 초미세공정 기술을 두고, 치열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본격적인 7나노미터 공정의 대량 양산에 돌입한 가운데 TSMC가 세계 최초로 6나노미터 공정의 양산을 시작한 것이다.
9일 미국의 IT전문매체 아난드텍에 따르면 중국의 팹리스 업체 UNISOC는 최근 TSMC의 6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 공정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T7520'을 공개했다.
T7520은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과 프로세서를 하나로 통합한 칩셋으로,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노광장비를 활용한 TSMC의 6나노미터 공정에서 제조됐다.
아난드텍은 "T7520 SoC(시스템온칩)은 EUV을 사용하는 TSMC의 6nm(nanometer) 공정기술을 사용해 만든 세계 최초의 칩셋"이라며 "UNISOC가 구체적인 생산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연내 출시(생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의 6나노미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양산과 관련해 삼성전자도 조만간 동일 공정에서 대량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IT전문매체 기즈차이나 등은 앞서 화웨이가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린 820'을 삼성전자의 6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지난달 본격 가동에 돌입한 화성 V1 반도체 공장에 6나노미터 공정의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삼성전자 측은 "2019년 4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SoC 제품을 출하한 데 이어 2019년 하반기부터는 6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며 "올해 상반기에 4나노 공정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에는 제품 설계도 마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TSMC는 올해 초미세공정을 통한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물밑에서 치열한 수주전쟁을 펼치고 있다. UNISOC 외에도 인텔과 엔비디아 등이 6나노미터 이하 공정에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양산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사는 지난달 5나노미터 공정기술을 앞세워 퀄컴의 차세대 5G 통신모뎀인 '스냅드래곤 X60(내년 출시예정)'의 수주계약을 동시에 따내는 등 치열한 접전을 보인 바 있다.
양사는 5나노미터 이후의 차세대 선단공정 기술인 3나노미터 기술과 관련해 또 다른 대결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앞서 3나노미터 공정에 반도체 소자의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를 입체 구조로 만들어 전력효율을 높이는 GAA(Gate-All-Around) 기술을 활용한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에 TSMC는 최근 3나노미터 공정에 대한 연구·개발비용으로 150억달러(약 18조원)를 투자하고, 4천여 명의 추가인력을 고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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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특성상 구체적인 고객사를 밝히기 어려운 만큼 삼성전자와 TSMC 중 누가 미세공정에 앞서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매출 측면이나 사업경쟁력 측면에서 TSMC가 삼성전자보다 한 수위인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TSMC는 각각 오는 4월과 5월 미국에서 열리는 기술 포럼에서 양사의 차세대 공정기술과 향후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