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라우드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다"

세일즈포스코리아 손인선 플랫폼부문 컨설팅 리더

컴퓨팅입력 :2020/03/09 16:14    수정: 2020/03/09 16:14

한국 클라우드 시장 트렌드가 ‘서비스형 플랫폼(PaaS)’으로 바뀌고 있다. 모든 기업이 IT 회사로 변신을 시도하는 가운데, 혁신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 클라우드 시장은 서비스형 인프라(IaaS) 일색이었다.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투자라고 하면, 인프라 측면으로 접근했다. 그러다 디지털 혁신이 전 산업계를 휩쓸면서 클라우드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과거 기업 내 IT의 역할은 비즈니스 지원이었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IT는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디지털혁신팀이 많은 기업에 만들어졌고, IT부서는 기업 혁신을 주도하고, 사업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조직으로 변신하길 요구받고 있다.

세일즈포스코리아 손인선 플랫폼부문 컨설팅 리더는 “이제 고객들은 인프라는 클라우드 프로바이더에게 맡기고, 자신은 IT로 비즈니스를 어떻게 혁신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세일즈포스코리아 손인선 플랫폼부문 컨설팅 리더

IaaS는 기업의 IT 구조를 크게 흔들지 않는다. IT부서가 관리하는 시스템의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차이일 뿐이지, 비즈니스 부서는 계속 IT부서의 지원에 의존한다.

PaaS는 큰 변화를 가져온다. 비즈니스 현업부서는 인프라를 신경쓰지 않고, 스스로 앱이나 서비스를 개발한다. IT부서의 역할은 현업부서의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된다. IT 주도권이 전체 부서로 흩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IT부서의 고민은 플랫폼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향후 자신의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로 나아간다.

손 리더는 “IT계열사는 싱글플랫폼으로 계열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한편, 일종의 ISV처럼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팔고자 고민하고 있다”며 “동일 플랫폼을 이용하면 앱을 개발, 배포하면서, 향후 축적한 노하우를 사업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계열사, 공공 등의 SI 프로젝트만 해오던 IT서비스회사들이 기존의 틀을 깨고 세계적인 솔루션 사업자로 변모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세일즈포스의 고객사 가운데 제약산업 분야의 '비바(Veeva)시스템즈'가 있다. 이 회사는 '비바'란 제약산업 특화 CRM 솔루션을 SaaS로 판매한다. 세일즈포스의 CRM을 쓰던 기업이 세일즈포스플랫폼으로 자사의 노하우를 솔루션으로 만든 사례다. 세일즈포스는 범용 CRM이지만, 비바의 솔루션은 제약산업의 특징과 수요를 그대로 반영한 특화 제품이다.

손 리더는 "세일즈포스 앱익스체인지란 앱 장터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파트너사에서 만든 앱을 외부에 공유하고 있다"며 "IaaS에서 직접 솔루션을 남에게 파는 일은 유지보수, 버전업그레이드 등 해야 할 일이 많아 어렵지만, 세일즈포스 같은 플랫폼을 쓰면 모든 관리를 세일즈포스에 맡기고, 그 위에서 앱만 개발하면 되므로,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aaS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유아기때부터 나타난 유형이다. 세일즈포스는 CRM 소프트웨어를 SaaS로 판매하다, 내부 플랫폼 공개를 통해 PaaS 포트폴리오를 일찌감치 갖췄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IaaS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PaaS 요소를 추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IaaS보다 PaaS 투자를 먼저 시작했다.

세일즈포스의 PaaS는 '세일즈포스 플랫폼'으로 불린다. CRM 고객사의 커스터마이징 요구 증가에 자사 내부에서 사용하던 개발 플랫폼을 상용화했다.

세일즈포스 플랫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프로그래밍을 거의 하지 않고 앱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라이트닝 플랫폼'과, 고도의 프로그래밍을 지원하는 '헤로쿠'다.

손 리더는 "라이트닝 플랫폼은 기존의 세일즈포스클라우드와 동일한 프레임워크에서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앱을 직접 만들게 툴을 제공한다"며 "비즈니스 부서가 필요한 앱을 빨리 만들고자 할 때 IT부서에 요청하지 않고, 자신의 비즈니스 이해도를 바탕으로 코딩없이 직접 앱을 만들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헤로쿠는 비즈니스 개발자의 앱 개발 외에 IoT, 인공지능 등과 여러 새 프레임워크를 필요로 하는 프로페셔널 개발자를 위해 추가적으로 갖춘 것"이라며 "디지털 혁신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게 데이터인데, 라이트닝과 헤로쿠로 구분하더라도 실제 데이터는 항상 동기화돼 호환된다"고 설명했다.

세일즈포스 플랫폼은 매년 3회의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 세일즈포스는 수천만 고객의 아이디어를 받아 새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한다. 고객은 세일즈포스의 업그레이드 때문에 자사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아도 되며, 항상 최신 버전의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손 리더는 "세일즈포스 플랫폼의 AI를 아인슈타인이라고 하는데, 비전, 음성 등의 인식, 데이터 입력 자동화 등 AI 기능을 플랫폼에서 제공하고 있다"며 "각 산업별 특화 서비스도 추가되고 있으며, 블록체인 플랫폼도 추가됐다"고 밝혔다.

세일즈포스 플랫폼의 또 다른 강점은 '멀티테넌트'다. 세일즈포스 플랫폼 고객은 아파트 인테리어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세일즈포스는 전체 플랫폼의 개선과 업그레이드를 수행하는데, 모든 고객의 클라우드 인스턴스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세일즈포스 플랫폼 고객사는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사업, 부서 등에 따라 각기 운영됐던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세일즈포스 플랫폼을 도입하며 통합했다.

손 리더는 "세일즈포스코리아와 3년 간의 검토를 거쳐 여객과 화물 분야에 세일즈포스 플랫폼을 도입했다"며 "단순히 내부 여객이나 화물 말고, 대리점, 화물 협력사, 물류, 여행사 등 파트너사와 작업할 부분도 대한한항공에서 허가한 데이터에 접근 가능하도록 하고, 세일즈포스 애자일 방법론으로 개발을 표준화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SNS로 고객불만을 접수해 케이스로 정의해 분류하고, 처리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세일즈포스 플랫폼에서 개발했다. 손 리더는 "대한항공은 이제 개발자가 원하는 앱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대로 최적화한 앱을 개발하는 회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일즈포스플랫폼의 헤로쿠의 경우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이 대표적 고객사다.

메이시스는 이커머스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향상된 고객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을 추진했다. 패션 시즌 및 고객 선호의 변화, 새롭게 시작되는 마케팅 프로모션 등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특정 시기 트래픽 폭증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플랫폼을 찾았다.

메이시스는 헤로쿠 기반으로 '메이시스닷컴(Macys.com)'과 ‘모바일 블루밍데일닷컴(m.bloomingdales.com)’을 재구축했다. 헤로쿠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메이시스의 애플리케이션은 고객 참여를 향상시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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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도 많은 기업이 IT 회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 산업에서 시작된 디지털 혁신 트렌드는 제조, 유통, 레저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손 리더는 "실제 비즈니스 고객을 초대해 세미나를 해보면, 고객이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 앱을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PaaS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숨어있던 아이디어가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