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 요건을 변경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계획을 밝힌 2015년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시대 6년차인 시점에서 현 법 규정을 조망하고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5일 국회 본회의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부결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 것은 현재 이 개정안 통과를 기대한 곳이 '케이뱅크' 한 곳라는 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민생당 채이배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이런 점을 들어 '일부 기업 봐주기, 케이티(KT) 특혜' 라고 주장했다.
개정안 통과를 가장 기다렸던 곳은 케이뱅크가 맞다. 케이뱅크의 지분을 34%까지 KT가 보유하겠다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멈춰져 있다. KT가 과거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 때문에 은행 지분 10%(의결권있는 보통주) 이상 가질 수 없다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요건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개정안 통과에 희망을 가져왔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이 대주주 자격 요건서 제외된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케이뱅크는 개정안 불발에 대비해 플랜B를 검토하고 있다. 자본금 부족으로 신규 대출을 무제한 중단할 수만은 없고,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자기자본비율도 감안해야 하는 실정이라서다. 또 케이뱅크 직원들의 이탈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네 가지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꼽힌다. KT의 다른 자회사를 통한 우회 유상증자, 매각, 결격 사유가 없는 주요 주주의 자본금 확충, 신규 주주 영입이다.
일단 첫 번째 계획은 KT 자회사를 통한 우회 자본 확충이다. KT가 보유한 자회사에서 케이뱅크 지분을 사들여 자본금을 늘리는 것이다. KT 관련 자회사들이 사들인다면 KT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별개로 최대 34% 케이뱅크 지분을 가질 수 있다.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손자회사인 한국밸류투자자산운용에게 카카오뱅크 지분을 넘겼고 이 과정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사례가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원래 카카오뱅크 지분을 넘기려고 했던 곳은 한국투자증권이었지만, 이 증권사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어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KT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사례가 동일한 지는 KT가 관련 신청서를 접수한다면 검토할 부분"이라며 "자본금 확충도 중요하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제하는 법 통과가 되지 않은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답변했다.
두 번째는 매각이다. 법적 리스크가 언제 해소될지 모르는 시점서 케이뱅크를 통으로 매각하는 방안이다. 전산시스템 설비와 상품 라인업, 전문 인력을 보유한 만큼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원하는 이에게 팔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주요 주주의 자본금 확충과 관련해서는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이 자본금 확충에 나설 유력 후보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지분으로만 따지면 2019년 3월 기준 가장 지분을 많이 보유한 곳은 우리은행(13.79%)이다. 다만 이 경우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을 보유한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원 설립 취지에 어긋나 금융당국의 실책이라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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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신규 주주 영입이다. 케이뱅크는 심성훈 은행장의 임기를 일시적으로 3월 31일까지 연장하면서 이유를 신규 주주 영입이라고 들었다. 2017년과 2018년 케이뱅크는 부동산 개발사 MDM과 사모펀드 IMM을 영입한 바 있다. 신규 투자자가 생겼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의 유상증자가 진행됐다. 주주가 너무 많아 오히려 증자 계획에 애를 먹었다는 단점이 있다.
케이뱅크 측은 "플랜B를 다양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정해진 방안은 없다"고 답변했다. 오는 5월 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다각도로 고안해 자본금 확충 등의 이슈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