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팹리스 기업들, 코로나19에 직격탄

정부, 기업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에 고심 中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03/05 18:02    수정: 2020/03/05 22:27

국내 팹리스 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대외활동을 대폭 축소하고,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 육성 사업을 연기해 신규 사업추진을 위한 비즈니스 활동에 길이 막힌 탓이다.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최근 국내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사업장 내 정밀방역을 실시하고, 외부 출장 자제 및 외부 관계자 미팅 자제 등의 비상대응 조치를 전국 사업장에서 실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국내 팹리스 업계에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기업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업장 내 출입은 물론 외부 출장도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에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여러 상생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산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팹리스는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공장 없이 반도체 칩셋 설계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업들을 말한다. 이들 기업들은 대기업 투자나 정부 정책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아 차세대 칩셋을 개발하고, 이를 대기업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팹리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매출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올해 국내 팹리스 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기업 12곳 중 6곳은 지난해 연간 실적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한 팹리스 스타트업 대표는 "국내 한 대기업의 요청으로 지난해 말 사무실을 새로 오픈했는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신규 사업추진을 위한 논의를 단 한건도 진행하지 못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매출 타격은 커지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견 팹리스 업체 대표 역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은데 코로나19 여파가 중국 내수 시장을 크게 위축하면서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상반기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에 흑자를 내는 팹리스 기업이 손에 꼽히는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도산하는 팹리스 업체들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지난 한 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팹리스 포함) 산업 육성을 강조했던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을 위해 연구·개발 사업 일정을 연기하고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업황 둔화로 발생하는 피해까지 정부가 전부 보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부 산하기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한 피해를 고려해 정부 정책 사업 일정을 연기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사업비 중 민간부담금 비중을 33%에서 20%로 축소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모든 기업들을 보호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우선 정책 사업 일정이 밀려도 예산규모는 축소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대내외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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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산업부는 지난 4일 국내 기업들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천62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등 대외환경 악화로 수출계약 파기나 대금 결제 지연 등으로 애로를 겪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수출채권조기현금화 500억원을 통해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산업부는 대구·경북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수출채권조기현금화 보증료를 최대 100%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대구경북지역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활력프로젝트 사업에 120억원을 추가 반영하고, 해당 지자체와 함께 지역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4개 프로젝트를 발굴해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