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기방송을 둘러싼 이상한 논란

기자수첩입력 :2020/02/27 17:16

한 명의 기자가 SNS에 올린 글로 떠들썩하다. 자신이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질문 때문에 자신이 속한 경기방송의 재허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그의 일방적 의견은 일부 언론을 통해 재가공 됐고, 몇몇 국회의원의 성명서 발표까지 이어졌다.

일방적인 의견이라고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기자가 2019년 초 기자회견에서 어떤 질문을 했든지 그가 속한 경기방송의 재허가 문제는 이전 심사부터 골칫거리였다. 지난 정권 심사에서 지적된 문제점이 재허가 기간이 지난 뒤에도 현재까지 여전히 문제라는 것이다.

또 그 기자의 질문이 괘씸해서 방송사업 재허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재허가 승인 점수도 채우지 못한 회사를 라디오 방송의 청취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건부 재승인을 내렸다는 점을 보더라도 기자의 주장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전후맥락을 알면 논란 자체가 될 수 없다고들 입을 모은다. 경기방송 경영진은 최근 이사회에서 폐업 결정을 내렸다. 방송 사업을 계속 하겠다고 재승인 심사를 받고 겨우 두 달이나 지난 시점이다.

“지자체의 지원금이 끊어질지 모른다”, “노조 반발이 거세다”, “재일교포 오너에 땅값이 올라 방송사 부지를 파는 것이 이익이라고 설득한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역에선 현 경영진을 탓하는 직원을 모두 내쫓은 뒤 다시 방송사업을 시작하면 된다는 말까지 들린다.

사진 = 경기방송 홈페이지

SNS에서 관련 보도, 정당의 성명서와 경기방송 경영진을 둘러싼 이야기를 모두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공공재인 주파수로 지역 방송의 역할을 기대 받고 있지만, 누구도 청취자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그저 자신의 질문 때문에 정권에 미움을 샀고, 여야 합의제 규제기관이 어느 한 곳의 의지만 따랐다거나,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거센 표현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시발점인 경기방송의 최근 재허가 심사 결과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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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과 상법을 어기고 현 모 총괄본부장이 경기방송의 경영 전반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충분한 재허가 결격 사유다. 심사 총점에서도 승인 점수인 650점을 넘지 못한 647.12점을 받았다. 그럼에도 지역 청취자를 위해 조건을 달아 재허가를 내준 것이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이다. 경기방송이 폐업하게 될 경우에도 지역 청취자를 위한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것이 여야 추천 상임위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방통위는 SNS 내용과 일부 언론의 보도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정당한 업무수행에 국민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기방송 재허가 의결과 관련된 속기록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