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경기가 얼어붙고, 소비가 위축돼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는 보건 위험에 대한 불안 심리이기 때문에 금리(완화) 보다는 미시 정책 대응이 더 알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19년 11월 전망했던 2.3%보다 0.2%p 낮춘 2.1%로 관측했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위축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만큼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27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원 두 명(조동철·신인식)이 금리를 0.25%p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내놨다.
금통위 직후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 11월 경제 전망 이후 당초 예상대로 가고 있었으나 1월 하순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확산 발발로 소비 위축, 생산 차질 어려움 겪고 있다"며 "코로나19가 3월 중 정점에 이르고 점차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기준금리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로 경기 성장 흐름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우리 경제서 가장 큰 애로 요인이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보다 충격이 크다"면서 "부정적인 영향의 상당 부분은 1분기에 집중될 것이며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영향이 곧바로 나타나고 있는데, 가장 크게 소비 위축과 관광 산업·음식·숙박·도소매 등 서비스 업종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 여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현 상황서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주열 총재는 "국내 수요와 생산 활동 위축은 경제적 요인이라기 보다 감염 위험에 따른 불안 심리 확산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 현 시점서 금리 조정 보다는 코로나19 확산 피해로 취약 부문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이 효과적이라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추가 경정 예산 편성을 진행하더라도 정책 공조 차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다양한 재정 지원이 포함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준비 중이며, 한국은행도 이 같은 인식 하에 금융 중개 지원 대출의 총 한도를 5조원 증액해 피해 업체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금융 중개 지원 대출의 총 한도를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인지 좀 더 엄밀히 살펴보면서 결정해 나가야 하며, 금융 안정 상황 변화와 금리 인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올해 중반부터 반도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견해를 고수했다. 이 총재는 "지난 1월 기자간담회서 반도체 전문 기관의 견해, 반도체 경기에 관련 선행 지표를 감안해 금년 중반 쯤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코로나19 발발 이후 한 달 여 상황을 볼 때 반도체 생산 차질이 아직 없다고 판단해 기존 전망을 조정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 19 확산이 심화, 장기화되면서 휴대폰과 같은 반도체 전방 산업 둔화되거나 생산 차질이 있을 경우에는 물론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전망을 바꿔야할 만한 뚜렷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교역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주요국 국채금리와 주가가 하락하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확산 정도, 보호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설비투자의 부진이 완화되었으나, 건설투자의 조정이 이어진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수출이 둔화되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개선되는 움직임을 지속하였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2%대 초반 수준에서 지난 11월 전망치(2.3%)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전환, 석유류 가격 오름세 확대 등으로 1%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후반으로 상승하였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대 후반을 유지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초반을 보이다가 다소 낮아져 금년중 1% 내외를, 근원인플레이션율은 0%대 후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 한국은행, 코로나19 피해 업체에 5조원 대출 지원2020.02.27
- 한은, 코로나19 탓에 금통위 기자간담회 '유튜브 생중계'로 대체2020.02.27
- [속보]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연 1.25%2020.02.27
- 코로나19에 금융변동성 확대...원·달러 환율 1220원 뚫어2020.02.27
□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장기시장금리와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당폭 상승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소폭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서울 이외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무역분쟁, 주요국의 경기,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 상황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