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인 야놀자의 제휴 숙박업소 목록 등을 영업 목적으로 수집한 혐의로 여기어때 창업자인 심명섭 전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직원들도 유죄와 벌금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신민석 판사는 11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과 저작권법 위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심 전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은 직원 2명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나머지 2명에게는 500만원 벌금형이 내려졌다. 숙박 O2O(Online to Offline)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정보통신망법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벌금 1천만원이 선고됐다. 이번에 유죄를 선고 받은 직원들 중 일부는 퇴사한 상태지만, 일부는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드이노베이션은 2016년 1월부터 10월 초까지 야놀자 제휴점수 등 정보를 취합하기 위한 크롤링(수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야놀자의 모바일앱 용 API 서버에 총 1천594만여회 이상 침입한 혐의를 받았다. 이 같은 수법으로 야놀자의 제휴숙박업소 업체명, 주소, 원래 금액, 할인 금액 등 정보를 264여회 걸쳐 무단 복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민석 판사는 “여기어때는 야놀자와의 경쟁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당 기간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해 서버에 침입, 숙박업소에 관한 각종 정보를 복제했다”면서 “이에 야놀자는 경쟁력 저하, 비밀 유출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여기어때는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무단으로 복제한 정보의 상당 부분은 일반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얻은 수익이 없고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소사실 가운데 피고인들(여기어때 측)이 5회에 걸쳐 야놀자 서버 접속을 중단시켰다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장애 발생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했다.
재판에서 심명섭 전 대표 측은 “널리 행해지는 정보수집 방법을 통해 공개된 정보를 수집했을 뿐”이라며 위법이 아니라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에 대해 여기어때 측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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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기어때는 지난 8월 글로벌 사모펀드인 CVC 캐피탈에 회사가 매각됐다. 이 때 심명섭 전 대표는 본인이 갖고 있던 약 50%에 달하는 회사 지분 전체를 약 1천500억원에 넘겼다. 이로써 CVC캐피탈은 심 전 대표 지분과, 재무적투자자(FI)들 지분 약 85%를 사들여 이 회사의 새 주인이 됐다.
현재는 이베이코리아, 써머스플랫폼 출신의 M&A 전문 경영가로 알려진 최문석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