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쓰지 말라는 미국 억지 안 통했다

영국 이어 캐나다도 '화웨이 허용' 의지…미 군사동맹 이견

방송/통신입력 :2020/01/30 17:57    수정: 2020/01/31 14:05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의 최측근 군사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서 화웨이 5G 장비 도입론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보안을 이유로 핵심 군사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 도입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연이어 퇴짜를 맞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의 나브디프 베인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장관은 영국의 화웨이 장비에 대한 제한적 수용 조치에 관한 질문에 “(영국의 제한적 허용과 같은) 해결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빌 블레어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도 “안보 우려가 중대하지만 무엇이 최선인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역시 영국과 같이 5G 통신을 구축하면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놓은 셈이다. 영국은 국가안보회의에서 5G 통신에 화웨이 장비 도입을 사실상 허용하는 결정을 했다.

미국 입장에선 군사 동맹의 핵심축인 영국과 캐나다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

동맹국들의 연이은 이탈은 미국의 요구가 통신 장비 보안 보다는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통신망 구축 때 화웨이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잠시 연출되긴 했지만 자국 이익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쪽으로 반전되고 있다. 중국과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미국의 일방적 주장에 힘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사진 = 미국 지디넷닷컴

■ 화웨이 보이콧 미국 입김에 등돌린 최측근 군사동맹

미국 정부는 5G 네트워크 구축 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백도어 설치와 이를 이용한 정보 탈취 우려를 주장하면서 우방국들에게 화웨이 배제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영국과 캐나다가 연이어 거절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미국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핵심 군사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국가 내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브 아이즈란 미국을 중심으로 상호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가를 의미한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과 영토를 접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캐나다의 거부는 미국의 화웨이 배제 주장이 설 땅을 잃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캐나다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재판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한복판에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미 캐나다 학계와 현지 업계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경우 피해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스콧 바슬리 캐나다 국경안보부 대변인은 “5G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선정은 정치적 이슈가 아닌 기술과 보안을 기반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 뉴질랜드 호주도 미국에 반기 조짐

영국, 캐나다와 같이 미국의 똑같은 요구를 받아온 뉴질랜드도 미국의 주장에 따르기 보단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해 2월 “뉴질랜드는 독자적으로 화웨이의 보안에 대해 평가를 한 뒤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지 2위 이동통신사인 스파크뉴질랜드는 지난해 11월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일부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8년에는 화웨이를 5G 기지국 단독 공급자로 채택하려고 했던 회사다.

단독 공급자 채택을 두고 당시 뉴질랜드 정부에 거부했지만 지난해 화웨이를 5G 사업 선호 업체 중 하나로 다시 포함하면서 다양한 공급업체가 공존하는 환경을 강조했다. 현재 스파크가 신청한 화웨이 장비 도입 승인 건에 대해 뉴질랜드 정부의 승인 가능성을 점쳐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유일하게 파이브 아이즈 내에서 화웨이 배제를 결정한 오스트레일리아는 현지 통신업계와 학계에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인아키 베로에타 오스트레일리아 보다폰 CEO는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는 기존 공급 업체가 금지된 최초의 국가로, 이는 다른 국가에서는 없던 일”이라며 “정부는 이미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통신 업체들에게 화웨이 배제에 대해 적절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냈다.

파이브 아이즈보다 느슨한 군사 동맹 관계에 있는 유럽연합(EU)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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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행정부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보안 위협 우려가 큰 경우를 제외한 모든 5G 장비 사업자와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했다. 화웨이를 금지 사업자로 명시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자율 공정 경쟁에 맡기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는 실질적 증거 제시 없이 일방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미국에 맞서 5G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선택하거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LTE부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서 자체적으로 검증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