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2일 구글에 8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이 유료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을 선보이면서 1개월 무료 체험 이후 유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초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무료 체험을 이용한 국내 소비자들이 자동으로 유료 전환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공지를 받지 못하고 결제 취소 과정에서 피해가 대거 발생하며 민원이 빗발치자 방통위가 조사에 착수한 뒤 내놓은 제재 안이다.
구글 측은 이를 두고 무료체험을 포함하는 월 정기 구독 형태의 유료 서비스인 점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맞섰다.
국내 이용자만 불만을 나타냈고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을 받은 부가세 등은 평균적인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글이 로펌 김앤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내세워 항변했으나 방통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중도 해지를 제한하고 ▲서비스 이용요금, 철회권 행사 방법 등 중요 사항 고지 의무를 위반한 구글LLC(Limited Liability Coporation)에 8억6천7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제재 부과를 의결했다.
아울러 무료체험 가입을 유도한 뒤 명확한 동의 절차 없이 유료 서비스 가입으로 간주한 행위는 시정권고를 내렸다.
■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는 왜 문제가 됐나
방통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LLC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월 단위 결제기간 중도에 이용자가 해지를 신청한 경우 즉시 해지를 처리하지 않고 다음달 결제일에 해지 효력을 발생토록 했다.
해지 신청 이후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미이용 기간에 대한 요금은 환불하지 않았다.
이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계약 해지를 거부 또는 지연하거나 제한해는 행위로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한 행위다.
구글LLC는 또한 아이폰 이용자 외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와 웹사이트 이용자 대상으로 실제 월 청구요금이 8천690원이지만 광고 팝업창에서만 부가가치세 별도사실을 알렸다. 실제 가입절차 화면의 구매정보 입력 화면에서는 부가세 표시를 생략하거나 부가세를 0원, 월청구 요금 7천900원으로 안내했다.
일반적인 온라인 서비스 청약철회 가능기간은 유료결제일 기준 7일 이내지만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는 무료체험 1개월 종료 이후 유료결제가 이뤄진 시점부터는 청약철회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무료 체험 마케팅으로 가입 유도를 한 뒤 유료결제로 이어지는 시점부터 청약철회를 할 수 없도록 했고 이를 알리지도 않았다.
아울러 유료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면서 명시적인 동의를 받는 절차도 생략했다. 예컨대 약관 확인에 동의체크 절차도 없이 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식으로 장사를 했다는 뜻이다.
■ 법 위반 없다는 구글...과징금은 낮춰달라
구글의 법률대리인 로펌 김앤장의 양대권 변호사는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위반 행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법률 요건이 충족하는지 엄격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는지 살펴야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행정제재로 이어지기에 법률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 체험이 끝나면 이후 수수료가 청구돼서 이용자는 무료 체험이 끝나면 유료로 전환되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환불을 제한했다는 지적을 두고 인터넷 구독경제의 업계 관행으로 정착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월 단위 정액제 구독서비스 동종 유사업계 관행으로 해지 권한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주장이다. 구글의 입장에서는 유튜브프리미엄 서비스 해지가 용이하고 월 이용요금도 비교적 적은 편이라 강행 규정이 없는 한 헙법의 사적자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당사자간 협의 계약이 아니라 사업자가 다수 이용자에 적용하는 이용약관에 사적자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무효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용자가 서비스를 해지하려고 한다면 즉시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 민법 원칙에 맞다는 뜻이다.
김앤장 측은 업계 관행이라는 주장 외에 이용자 이익 침해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이용 계약 내용을 잘 알리지 못했다고 보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부가세 고지를 정확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맞섰다. 환불 제한 설명 역시 업계에서 대부분 이뤄지는 관행으로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과징금 등의 행정제재를 결정한다면 2억원대 정도의 과징금이 적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방통위가 부과한 8억원대 과징금이 아니라 적당한 과징금 규모를 제시한 것으로 향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양대권 변호사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와 관련 매출액을 모두 제출했는데 279억원 정도”라며 “점유율이 낮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며 피해가 있다고 해도 최대 한달 요금에 한정되기 때문에 경미한 피해로 생각되기 때문에 최소 부과기준을 적용해 2억8천만원 정도로 감경해달라”고 제안했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제3자의 감사를 거치지 않은 자체 매출 자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상 과징금 제재는 관련 매출액에서 일정 비율을 따지거나 관련 매출액을 산정할 수 없을 경우 정액 과징금으로 따진다. 이날 8억6천700만원의 총 과징금도 각각 법 위반 항목에 따라 정액과징금으로 계산된 액수다.
허욱 상임위원은 “외부 감사인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아니라 구글 측에서 주장하는 금액을 매출로 산출하는 것은 (과징금 기준으로) 옳지않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 “업계 관행이 정당한 것 아니다, 구글은 사회적 책임 없나”
구글이 줄곧 구독경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계 관행’이라고 주장한 점을 두고 방통위는 이를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허욱 위원은 “전자상거래 온라인 구독경제가 확대되고 있는 현재 상화에서 이용자와 관련한 중대한 시정조치가 될 것”이라며 “전자상거래는 비대면 거래로 제품과 서비스 품질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잘못된 정보로 거래가 이어지거나 충동구매와 같은 비정상적 구매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거래 안전성과 신뢰성은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에 업계 관행이라고 해서 정당한 게 아니다”며 지적했다.
허 위원은 또 “유튜브 프리미엄은 무료 1개월이 포함된 유료서비스로 1개월 무료체험을 통해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며 “계약 중요사항을 유튜브가 명확히 알리지 않았고 이용자 가입의사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고 정당한 사유없이 이용계약 해지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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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사업 행태를 두고 사회적 책임 이야기도 불거졌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구글과 같은 미디어 공룡 기업은 단순히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국제 경제, 외교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영향력에 따라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며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의 현지법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용자 상대로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부주의나 혼란으로 금전적 손실을 가져오는 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