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ESS 시장규모 34% '뚝'…"화재 원인 제대로 밝혀야"

한경硏 "글로벌 시장 38%↑…'나홀로 쇠퇴' 우려"

디지털경제입력 :2020/01/22 15:39    수정: 2020/01/22 15:41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국내 업계는 조기에 쇠퇴할 우려에 놓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화재 이후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태계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설치된 ESS 용량은 3.7기가와트시(GWh)로 전년에 비해 34%나 줄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 규모는 38% 성장한 16GWh로 나타났다.

■ 조사 발표 이후 화재 5건 또 발생…원인은 아직도 몰라

이는 ESS 화재 조사위원회의 원인규명과 대책 발표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5월 전망과 일치한다.

당시 SNE리서치는 '글로벌 ESS 리튬이온 전지 시장 중장기 전망' 보고서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전력용·상업용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ESS 화재 사건으로 설치가 예정됐던 ESS 프로젝트들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ESS 화재 사건으로 시장 전체가 침체했고, 또 정부 시책으로 초기에 빠르게 개화한 탓에 향후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6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는 배터리 내부 결함을 제외한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총 4가지를 ESS 화재 원인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충남 예산을 시작으로 5건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조사위의 발표에 대한 신뢰성이 추락했다.

지난해 경남 김해 한림면 장방리의 750킬로와트(kW) 규모 태양광발전설비 ESS에서 발생한 화재. (사진=경남소방본부)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날 '국내 ESS산업 생태계의 위기-원인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위기에 놓인 ESS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더욱 명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차 조사위원회의 미흡한 원인 조사 결과가 시장의 논란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화재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1차 조사위의 결과 발표는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면서 "후속 대책 역시 단편적이고 일관성이 부족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미흡한 수준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사위의 발표 이후에도 ESS 화재가 재발하는 등 신뢰가 하락했다"며 "2차 사고조사위 결과 발표 등을 통해 발화의 명확한 원인을 공개하고 향후 ESS 산업계가 자발적, 주도적으로 사고방지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1차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ESS 화재사고 원인과 그에 따른 안전대책. (자료=산업부)

■ 사고 이후 국내 ESS 신규 투자 '0'

잇따른 사고와 부실한 사후대책으로 제조·시공·운영 등 국내 ESS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시장이 위축되고 신규 투자가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경연은 "한시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몰 방식의 지원정책으로 단기간 내 보급 확대를 추진한 결과, 기술적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 내에 ESS 설치가 급증했다"면서 "기술 검증 테스트베드와 통합 관리체계의 부재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화재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고 해결책이 제시되기 전까지 감축운전 실시를 통해 화재사고를 억제하고 그 손실은 보전하여 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할인제도 일몰 연장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확대 등으로 신규 사업자에게 투자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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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ESS).

한편, 업계에 따르면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2차 원인조사위는 이르면 오는 23일 ESS 화재사고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차 조사위는 지난해 1차 조사위의 발표 이후 발생한 5건의 화재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위는 1차 원인 규명과 배터리 제조사의 안전대책 발표에도 화재가 끊이지 않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인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조사위가 직접적인 원인에 포함하지 않은 '배터리의 제조상 결함'이 화재 원인에 포함되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