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성 신뢰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업계가 쌓아올린 1등 먹거리 산업이 원인불명의 화재로 한꺼번에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권영노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29일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사는 지난해부터 반복된 화재로 그동안 세계 시장을 이끈 ESS 시장이 자칫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리딩 기업으로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예산 2천억원을 투입하는 'ESS 화재 안전 대응책'을 발표했다.
▲화재의 주 원인으로 알려진 외부 유입 고전압·대전류를 차단하는 안전장치 설치 ▲화재 확산을 막는 특수 소화시스템 적용 ▲배터리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가운데 자체 개발·적용하는 특수 소화시스템이 이번 안전 대응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화재 원인 규명은 물론, 외부 요인에 따른 발화 이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23일, ESS 제조공장이 위치한 울산사업장에 50여개의 국내 매체를 초청해 이 소화시스템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권 부사장은 "특수 소화시스템을 국내 모든 사이트에 설치해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당사는 그에 대한 비용 일체를 부담키로 결정했다"며 "이에 실적 부담을 우려하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지만, 단순한 일회성 비용이 아닌 매년 40% 성장하는 ESS 시장에서 제품경쟁력 강화와 고객 신뢰를 높이는 기회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 사업 구조상) 중대한 전지부문이 ESS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동차용 배터리는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신규 프로젝트 수요가 크게 늘고 있고, 신규 제품 생산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어 매출 손익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S도 시일 내 안전성 조치를 완료해 성장 궤도로 올려놓아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신규 출시될 제품을 포함해 이미 ESS 설비가 설치돼 있는 모든 사이트(사업장)에 안전성 강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또 잇따른 화재로 국내 ESS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해외 시장을 더욱 집중 공략하는 전략도 구사한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기존 사이트는 설치된 배터리 모듈을 모두 해소하고 재설치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인건비·물류비·재료비가 포함된다"면서 "반면, 앞으로 출하하는 제품에는 자재비 정도만 추가돼 원가상승률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향후 원가절감을 추진해 수익성에는 큰 영향 없을 것으로 본다"며 "또 안전성강화 조치는 제품 경쟁력 높이는 계기가 돼 판매 확대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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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카엘 삼성SDI 전지사업부문 전략마케팅 전무는 "향후 ESS 시장은 미주·유럽 등 해외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된다"며 "당사는 해외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고, 미주·유럽·호주 등에 전력용 시장 중심으로 성장을 이끌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국 정부의 친환경 기조 하에 추진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ESS 그 자체로서의 경쟁성이 확보되고 있다는 게 성장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특히 경제성 측면에서 신규 설치기기 기준으로 ESS 연계 태양광발전보다 낮아지는 추세로, 균등화발전단가(LCOE)는 석탄화력발전보다도 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