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불친절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납금 제도가 지난 1일 개정된 여객운수법 시행 이후에도 유사 사납금이 생기는 등 뿌리 뽑히지 않자, 택시 영업 방식의 근본적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사협상과는 별개로 택시 운행을 효율화 해 택시 기사의 해태를 방지하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방안 중 하나로 회사-기사 간 즉각적인 소통과 원활한 콜 배분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인 앱미터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슈진단에서는 최근 전액관리제, 택시 월급제 시행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현황을 점검하고 이때 IT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노사 임금 협상과는 별개로 업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업무 효율이 낮은 택시 기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운송수입금 기반의 사납금 제도에서 소정 근로시간에 따른 월급제로 전환하면서, 기본급에 대한 변수가 돈에서 시간으로 바뀌었다. 업계에 따르면 택시회사는 기사들이 매달 4백만~5백만원 이상 벌어오도록 기준운송수입금을 정해 인센티브 지급시 기준 삼을 수는 있지만, 이에 미달한다고 상여금 등을 깎는다면 유사 사납금으로 규정된다.
이번 월급제 시행 후엔 택시기사의 실질 노동시간으로 간주하는 미터기 작동시간이 5시간30분이라면, 기사가 차량을 타고 주행한 총 시간 6시간40분까지를 소정 근로시간으로 환산하기로 했다. 일일 6시간40분의 소정 근로시간을 채워 주 40시간 만근 시, 월급 중 기본급 약 190만원이 보장된다. 즉 주 40시간 동안 업무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 됐다.
■빅데이터로 수요·공급에 따른 빠른 매칭…공차율 줄여
이에 정해진 업무 시간 동안 공차시간을 최소로 줄일 수 있는 IT 모빌리티 기술을 택시에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3월 도입된 가맹형 택시 웨이고블루(현 카카오T블루)와, 같은 해 2월 출시된 마카롱택시다.
먼저 카카오T블루의 경우 승객은 이용료 3천원을 더 주고 빠르게 택시를 배차받을 수 있다. 카카오T블루를 운영하는 KM솔루션(구 타고솔루션즈)은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됐다.
타고솔루션즈의 오광원 전 대표는 웨이고블루 출시 당시, 공차율 최소화를 통한 수익 증대와 더불어 3천원의 서비스 이용료를 따로 받기 때문에 택시회사들이 월급제를 운영하는 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가맹 협약을 맺은 택시 회사는 해당 기사에게 사납금을 받지 않고, 이용료 3천원 중 일부를 갖는다. 이용료 절반은 택시 회사와 근로자가, 나머지 절반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타고솔루션즈가 나눠 갖기로 했다.
카카오T블루의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수익을 26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번 전액관리제 시행 후 노사 협의에 따라 기사 월급을 구성하는 기본급, 승무수당 등에 대한 세부 비율이 새로 조정될 예정이나 월급 총액은 앞으로도 약 260만원을 보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서울 300대 수준으로 운영되던 카카오T블루는 1년여 만에 서울 400대, 대구 1천대, 성남 200대로 확장했다. 현재 대전에서도 운영을 논의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T에는 2천400만 이용자가 가입돼 있어 택시 수요가 많아 가맹택시를 이용하려는 이용자층도 두텁다“며 ”무엇보다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배차 시스템을 접목해 효율적인 택시 운행이 가능하기에 공차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는데, 공차율을 줄이면 같은 근무시간이라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KST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마카롱택시의 경우 직영과 가맹형 두 가지 모델 중, 직영 택시를 월급제로 운영한다. 서울에서 운영하는 직영 마카롱택시는 약 80대다. 기사들에게 약 26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며, 성과가 좋은 기사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KST모빌리티도 마카롱택시가 택시회사의 월급제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KST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술을 통해 효율성을 올리면 월급제를 시행할 여건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IT 기술 활용한 '택시 동승'으로 추가 수익
택시회사들이 월급제 시행 후 저성과자들로 인한 손실을 걱정한다면, 기사 개인들도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
택시 이용에 대한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기사에게 추가 수익을 안겨주는 서비스로는 '반반택시'가 대표적이다.
반반택시는 지난해 8월 코나투스가 출시한 서비스로, IT 기술로 택시 동승을 연결해준다. 승차난 시간대에 한 택시 기사가 목적지가 유사한 2명의 승객을 받게 되며 기사가 시간당 벌어들이는 수입을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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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작년 10월 한 달 간 상위 10%의 택시기사의 경우 평균 약 5만2천원의 추가 수익을 얻었다. 가장 많은 추가 수익을 얻은 택시기사는 반반택시 운행을 통해 월급과 별개로 약 15만원의 추가 수익을 얻기도 했다. 같은 기간 승객도 평균 1만7천원의 요금 할인 효과를 거뒀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는 “택시회사들이 월급제 시행으로 추가 수익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특히 (월급제 시행으로) 일을 잘하는 기사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이탈을 걱정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반반택시가 추가 수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