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 TV 금토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7일엔 시청률 17%를 기록했다. 모처럼 지상파 드라마의 봄이 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스토브리그’가 인기를 끄는 건 뛰어난 스토리와 주연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어우러진 덕분이다. 야구 선수들 조차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다. 남궁민, 박은빈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명품 연기도 매력적이다. 야구단들의 스토브리그 기간에 맞춰 편성한 것도 절묘하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 1994년 ‘마지막 승부’ 이후 또 다른 전설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받고 있다. ‘마지막 승부’는 심은하, 장동건, 손지창 등의 청춘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농구 르네상스를 몰고 왔다. ‘스토브리그’ 역시 올해 야구 붐의 밑거름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야구팬인 나도 ‘스토브리그’ 팬이다.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프런트오피스 얘기가 더 없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스토리도 매력 포인트다. “어디 백승수 단장 같은 분 없소?”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그런데 최근 ‘스토브리그’ 방영 방식은 다소 우려스럽다. SBS는 지난 주말부터 ‘스토브리그’를 3부로 편성했다. 60분 드라마를 20분씩 자른 뒤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평일이나 주말 황금시간대 드라마를 2부 편성하는 건 일반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EBS 조차 ‘세계 테마기행’ 같은 교양물을 2부로 쪼갤 정도다.
‘스토브리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3부작으로 나눴다. 시청자들의 스토리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이다.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방송사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좀 많이 나간 느낌이다. (물론 애초에 3부작으로 쪼개서 기획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17일부터 편성 방식을 바꾼 걸 보면 높은 시청률에 편성한 전략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드라마 종료 이후 광고를 끝낸 뒤 ‘예고편’을 내보낸 편성 역시 다소 아쉬웠다.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시청 방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 때문이다.
■ 넷플릭스를 두려워만 할 게 아니라…
‘스토브리그’의 3부 편성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를 떠올렸다. 흔히 넷플릭스의 강점으로 탁월한 데이터 분석 능력을 꼽는다. 이용자 분석을 토대로 한 맞춤형 추천이 매력적이란 것이다.
하지만 난 넷플릭스의 매력 포인트는 ‘몰아보기(vinge viewing)’와 ‘건너뛰기’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건너뛰기’는 이용자 입장에선 정말 편리하다. 몰아보기를 할 때 드라마 시작 부분과 엔딩 크레딧을 바로 넘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토리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다.
물론 구독형 모델인 넷플릭스는 한국 지상파 방송과는 기본 문법이 다르다. 광고가 주 수익모델인 지상파 방송사들에겐 PPL이나 2부작 편성은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시청률이 잘 나올 때 최대한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 건 당연한 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용자 중심 편성이 그런 고민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남궁민)은 권경민 상무(오정세)가 부당한 지시를 할 때마다 강하게 반발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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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스토브리그’ 제작진과 SBS 측에 백 단장의 질문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