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의 인사이트] 일본은 대답하라

미국도 한국에 공장 짓는데 수출규제가 웬 말

데스크 칼럼입력 :2020/01/13 16:15

2020년 새해 첫 칼럼은 '소부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한다. 올해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한 총력전의 결과로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이미 새해의 문을 연 지 열흘도 안 돼 미국의 화학소재 기업 듀폰이 충남 천안에 포토레지스트 생산공장을 짓기로 나서면서 이 확신은 팩트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실 이런 확신은 기자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올해의 소부장 육성 전략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설명회 현장에는 소부장 업계 종사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워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큰 관심을 나타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린다는 미국의 첨단기술 전시회 'CES'보다도 소위 '핫'했는데 대학교수부터 중소기업의 CEO까지 사업 기회를 만들기 위해 틈틈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소부장은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이 융복합되며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밑바탕을 이루는 핵심 산업 중 하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소부장 없이 지속적인 혁신성장이 불가능하다. 아마도 일본은 우리가 오랫동안 많은 부분에서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약점을 알고 수출규제에 나섰을 것이지만, 일본이 불 지핀 소부장 열기가 이처럼 우리를 크게 바꾸어놓을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마치 ‘방아쇠 효과’처럼 우리 스스로 높은 대외의존도라는 한계를 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간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소부장 자립화를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되찾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상생 협력을 통해 발전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일본은 무의미한 수출규제 조치가 아니라 강제징용 피해자의 인권침해 사실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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