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권봉석 기자] 미니 PC는 데스크톱 PC에 비해 공간은 적게 차지하면서 노트북이 가지고 있던 확장성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반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를 교체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혔다.
인텔이 5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한 NUC(초소형 PC) 새 제품인 고스트 캐년(Ghost Canyon)은 이런 업그레이드의 딜레마를 모듈화로 해결했다. 또 현재 시장에 출시된 데스크톱 PC용 그래픽카드를 그대로 꽂을 수 있어 교체나 업그레이드가 수월하다.
■ "고성능·확장성 갖춘 미니 PC 요구 많았다"
7일 오후 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품 브리핑에서 인텔 관계자는 "그동안 NUC에는 저전력 프로세서만 장착해 왔다. 그러나 성능에 대한 요구가 많았고, 여기에 쉬운 업그레이드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고스트 캐년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미니 PC는 저장장치와 메모리는 대부분 교체 가능하다. 그러나 프로세서와 그래픽칩셋은 메인보드에 고정(솔더링)된 상태로 출시되어 업그레이드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고스트 캐년은 이런 딜레마를 컴퓨트 엘리먼트로 해결했다. 컴퓨트 엘리먼트란 인텔이 지난 해 발표한 PC 규격 중 하나다. PC 프로세서와 메모리 등 핵심 부품을 따로 분리해 업그레이드나 교체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텔 관계자는 "10세대 뿐만 아니라 11세대, 12세대 등 어떤 프로세서가 나와도 규격에 맞는 컴퓨트 엘리먼트를 계속 출시할 것이며 사후 지원이나 확장성 문제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거의 모든 핵심 부품 교체 가능
고스트 캐년의 구조는 데스크톱 PC에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저장장치를 노트북용 제품으로 바꾸고 그래픽카드 연결 부분을 분리한 것에 가깝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소형 전원공급장치와 주요 부품이 장착되는 컴퓨트 엘리먼트, 그리고 그래픽카드가 장착되는 도터보드(Daughter Board)로 구성됐다.
컴퓨트 엘리먼트는 M.2 NVMe SSD를 최대 두 개까지 장착할 수 있어 저장공간 제약이 비교적 적다. 메모리는 노트북용 DDR4 모듈을 교체해 쉽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도터보드는 컴퓨트 엘리먼트와 PCI 익스프레스 3.0으로 연결된다.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인 레인(Lane)은 기존 데스크톱 PC와 마찬가지로 총 16개를 써서 최대 성능을 온전히 이끌어낼 수 있다. 여기에 M.2 NVMe SSD를 추가로 연결해 SSD는 총 3개까지 쓸 수 있다.단 이 도터보드에 M.2 NVMe SSD를 장착한다면 총 16개 레인 중 4개를 SSD용으로 떼어주어야 한다. 그래픽카드용으로 주어지는 PCI 익스프레스 레인도 12개로 줄어 어느 정도 성능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인텔 관계자는 "그래픽 성능 저하 없이 대용량 저장장치를 쓰고 싶다면 썬더볼트3 방식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기존 고성능 NUC도 지속 출시할 것"
인텔이 고스트 캐년으로 노리는 소비자층은 명확하다. PC가 차지하는 공간은 줄이면서 게임이나 동영상 편집 등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풀사이즈 키보드와 마우스, 모니터가 주는 생산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만족할 만한 제품이다.
단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60 Ti 등 길이가 긴 그래픽카드는 인텔이 내놓은 레퍼런스 모델에 장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인텔 관계자는 "미리 장착할 그래픽카드의 길이를 확인한 다음 인텔이 아닌 외부 PC 제조사가 만든 제품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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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i9 프로세서만 장착한 제품 가격은 799달러(약 90만원)로 매겨졌다. 메모리와 SSD, 그래픽카드는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인텔 관계자는 "PC 제조사가 고스트캐년을 기반으로 메모리와 SSD를 장착해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인텔이 내놓은 NUC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인텔 관계자는 "고스트캐년이 나온다 해서 기존 NUC 제품을 단종하지는 않는다. 굳이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는 소비자라면 기존 고성능 NUC로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