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에 이동전화를 묶어 할인된 가격에 쓰는 결합상품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수년 전부터 케이블TV 업계가 주도적으로 마련해 온 동등결합 상품 구성이 잇따른 유료방송 인수합병 인가 조건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인 확산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브로드밴드에 합병되는 티브로드 방송 권역에서 KT와 LG유플러스 이동전화 상품을 케이블TV와 동등결합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가 조건을 내놨다. 또 결합상품 안내를 할 때 다른 통신사와 동등결합 상품을 반드시 알리도록 했다.
동등결합은 이동전화 서비스가 없는 케이블TV 회사가 자사 상품 가입자에 통신사의 모바일 서비스를 결합해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케이블TV 회사들은 과거 IPTV와 모바일을 모두 가진 통신사와 비교해 결합상품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이동전화 포함 결합상품 구성 자체를 반대하기도 했다. 이후 케이블TV 인터넷에도 통신사 모바일 상품을 묶어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제도가 동등결합이다.
동등결합은 상품 구성 자체도 눈길이 쏠리지만 동등한 할인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게 케이블TV 유선상품이 통신사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결합상품을 구성할 때 동등한 할인율이 제공되면 이용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만, 과거 동등결합 상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한 지난 3년 전 실제 동등결합 가입자는 월 100명 선에 불과했다. 1년이 지나서야 가입건수가 1만명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케이블TV 회사 입장에서 통신사의 결합상품에 대항한 해지방어 효과가 있지만, 전체 결합상품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기에는 부족했다.
반면 과기정통부가 유료방송 인수합병 인가 조건으로 내세운 동등결합 상품은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통신사 간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지점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약 260만 티브로드 케이블TV 단품 가입자를 두고 KT나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 이동전화와 결합상품으로 구성되게 두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티브로드의 모회사가 될 SK텔레콤의 경쟁사에 타겟 마케팅을 위한 가입자 정보가 흘러갈 수는 없지만, 티브로드 방송 권역이라는 점에서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는 움직임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티브로드 가입자를 SK텔레콤 결합상품으로만 안내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인가 조건을 내세운 점도 동등결합이 확산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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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마케팅 여력이 뛰어난 SK텔레콤이 향후 SK브로드밴드 합병법인을 통해 결합상품 판매에 나설 때 타사의 상품구성도 동시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인가 조건으로 나온 동등결합이기 때문에 과거 케이블TV 사업자의 요구 중심으로 이뤄진 동등결합 상품 출시와는 파괴력이 다를 수 있다”며 “산업 구조 재편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지만 케이블TV를 유지해야 하는 정책적인 입장에서 정부가 이 제도를 더욱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