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 최종후보로 구현모 사장이 낙점됐다. 37명의 사내외 후보 검증에서 9명으로 압축된 뒤 마지막 1명의 주인공에 올랐다. 이사회의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CEO 후보를 꼽으면서 전원합의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구현모 CEO 후보가 내년 3월 열리는 주총에서 공식 취임하게 되면 남중수 전 사장 이후 11년 만에 사내 출신 인물이 KT를 이끌게 된다.
KT는 공사에서 민영화를 거쳤으나 주인 없는 회사란 오명을 벗어나기 쉽지 않아 한동안 외풍에 자유롭지 않았다. 이를 끊어내기 위해 사내에서는 KT 출신 CEO를 바라는 분위기가 가득했고, 구현모 후보가 이를 실현하게 됐다.
아울러 KT 현직 경영진이 차기 CEO에 오르면서 사업의 연속성을 갖추게 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외 새로운 CEO를 맞이하게 되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이전까지 지속되던 사업 방향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구현모 사장이 CEO에 오르게 되면 그가 스스로 그룹의 비전으로 제시한 ‘1등 KT’, ‘기가토피아’ 등의 청사진을 꾸준하게 이끌 수 있다.
■ 그룹 안팎 사정 속속들이 아는 전통 KT맨
구현모 CEO 후보는 지난 1987년 한국통신공사 시절 입사했다. 20여년을 한 조직에서 지낸 터라 KT 속사정에 대해 밝다.
이사회가 구현모 사장을 CEO 차기 후보자로 발표한 직후 KT 안팎에서는 최단 시간 인수인계가 걸릴 것이란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KT 밖 인물이 CEO로 내정되면 한동안 우면캠퍼스에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그룹 현안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또 외부 인물이 CEO에 오른 뒤 조직개편이나 임직원 인사를 낼 때도 큰 폭의 변화를 겪기 마련이지만 구현모 후보의 경우 그룹 경영의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구현모 후보가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KT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라는 점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 박사출신 연구원으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기업전략 업무를 두루 맡았다.
현재 KT 모습으로 갖추게 되는 KTF 합병 건의 전략 기획 일선을 맡았고, 스카이라이프의 그룹 편입이나 렌털 사업 등도 구현모 사장이 근무했던 사업구조기획이나 그룹전략실 등 전략기획 파트에서 추진된 일이다.
기획 전략 외에도 현장에 대한 통찰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유무선 영업과 미디어 사업을 맡고 있는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을 맡고 있는데, 구현모 사장과 회의에 배석했던 KT 직원들은 짧은 몇 마디로 현안 파악과 해결해야 할 지점을 집어낸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T&C부문 T&C운영총괄을 맡았을 때는 KT그룹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LTE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 급변하는 사업환경...청사진 제시 가능한 전략통
구현모 사장이 CEO 후보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점은 KT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종구 KT 이사회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다”면서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구현모 사장을 CEO 후보로 낙점하면서 ‘확실한 비전’, ‘구체적인 전략’을 언급한 점이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통신업계에서 수년간 외친 구호는 ‘탈통신’이다. 전통적인 네트워크운영(NO) 사업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다. 때문에 네트워크라는 기본 인프라를 바탕으로 ICT 융합 서비스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전체 매출에서 신사업 매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최근 통신업계의 큰 숙제다.
구현모 후보는 이 대목에서 적임자로 꼽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컨대 기가토피아 청사진을 제시할 때 보안이나 에너지 사업은 서서히 사업 성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은 따를 수밖에 없는 기술변화 흐름이지만, 이에 앞서 AI 필수재로 꼽히는 데이터 관련 전략도 후보자의 구상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실감 미디어와 같은 현재 ICT 산업 화두에서도 가장 앞서있는 인물이다. 구현모 사장은 현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멀리 통일 시대에 대비한 국내 최대 네트워크 사업자인 KT에서 대표선수로 구현모 사장이 꼽힌다. 그는 사내에서 남북협력사업개발TF장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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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 정책에서도 KT 내에서 구현모 후보는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기자와 동행한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공공와이파이 서비스 개통식 당시 현지 우정통신부 차관보 출신인 텔레콤캄보디아 회장은 "KT를 최우선 파트너로 꼽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당기 구현모 후보는 캄보디아 정부와 1년간 이야기를 하면서 직접 다섯 번을 오가며 KT가 가진 비전을 공유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