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콘텐츠 생태계, 내년부터 본격 활성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콘텐츠 인프라 조성 현장 르포

중기/벤처입력 :2019/12/23 09:05

"경남은 수도권과 비교해 지역이 넓고 지역적 특성이 강하다. 산업 기반이 강한 곳부터 농촌, 산촌, 어촌 등 지역별로 각기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 경남처럼 다양한 지자체와 산업군이 형성된 곳에서 콘텐츠 사업을 육성하기는 쉽지 않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이에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초석으로 인프라 조성에 집중해왔다. 콘텐츠 산업은 큰 틀의 방향을 잡고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콘텐츠 산업이 경남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축으로 기능했으면 좋겠다."


윤치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의 이야기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치원 원장은 경상남도가 콘텐츠 산업에서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콘텐츠 산업 육성에 초석이 될 인프라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 관련기사)

이는 경상남도가 그동안 조선, 기계, 자동차 등의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오면서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이에 다양한 국비 사업을 통해 문화시설을 짓고, 콘텐츠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콘텐츠 산업의 기초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

경남 합천군 덕곡면에 위치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사진=지디넷코리아)

대표적인 예는 '지역 문화산업 육성' 사업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올해 19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문화 콘텐츠 기반시설 구축 및 창업 지원(185억2천만원) ▲지역 특화 콘텐츠 발굴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4억6천300만원) ▲영상산업 성장기반 구축(1억2천만원) 등을 추진했다. 실질적인 성과는 있었을까. 경상남도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 가봤다.

■ 경남 콘텐츠 산업에 숨결을 분 '문화대장간 풀무'

문화대장간 풀무는 지난 2016년부터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해온 콘텐츠 거점 공간으로 창원국가산업단지 내에 조성돼 있다. 규모는 1천74제곱미터(지하 1층, 지상 1층)에 달하며 미니도서관부터 콘텐츠창작실, 편집실, 무용 연습실, 탁구 연습실, 컴퓨터 교육장 등 다양한 공간이 조성돼 있다.

특이한 점은 본래 풀무의 공간이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복지동 건물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지금은 공장근로자부터 인근에 거주하는 도민들까지 모두가 자유롭게 방문하는 장소가 됐지만, 처음부터 호응이 많았던 건 아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문화대장간 풀무. (사진=지디넷코리아)

근로자들에게 풀무가 근무지 인근에 있다는 부담이, 도민들에게는 풀무가 산업단지 내에 있다는 부담이 서로 작용했다.

진흥원은 이에 매년 가을 '근로자 가요제'라는 문화행사를 열어 풀무라는 공간에 근로자들과 도민들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도록 했고, 근로자 가요제가 지역 명물로 자리를 잡으면서 풀무의 이용도 늘었다.

실제로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에도 풀무의 공간에는 한데 어우러져 문화생활을 즐기는 근로자들과 도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승환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콘텐츠 진흥팀 주임은 "올해 가을 열린 근로자가요제는 어느 때보다 근로자분들과 도민분들이 즐겁게 어울려 내년에는 규모를 더욱 키우기로 정했다"며 "풀무가 산업단지 내에 있는 덕분에 근로자분들이 퇴근 이후 동호회 활동이나 콘텐츠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공간의 이름을 특별히 풀무라고 지은 것도 제조업 중심의 경남에서 문화 콘텐츠 산업 부흥을 위한 불을 지핀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풀무의 가장 큰 성과는 뭘까. 이는 풀무 지하 한 쪽에 위치한 콘텐츠창작실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매년 풀무 내 콘텐츠창작실에 대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고, 창업 5년 이내 문화 콘텐츠 분야 1인 기업 및 스타트업, 사회적기업 등을 대상으로 작업공간을 무료 임대하는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장편 독립영화 '앵커'를 선보인 씨네마캣 픽처스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독립영화 분야에서 여러 성과를 내는 대표적인 영화제작사 중 하나다.

매년 전주국제영화제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경남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경남지역의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풀무에서 영화 제작 강연도 진행하고 있다.

신승환 콘텐츠 진흥팀 주임은 "씨네마캣 픽처스가 유명하지만 다른 실력파 제작사들도 풀무를 통해 여러 가지 성과를 내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웹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웹툰 분야의 성과도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 경남 뮤지션의, 뮤지션에 의한, 뮤지션을 위한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

풀무와 함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경남음악창작소도 직접 찾아가 봤다.

경남음악창작소는 지난 10월 김해 문화의 전당에 '뮤지시스'라는 이름으로 개소했다. 뮤지시스란 이름은 뮤직(Music)과 오아시스(Oasis)의 합성어로 경남 음악인들의 자유로운 창작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장소 역시 풀무처럼 특별함이 존재한다. 음악창작소 앞으로 김해 문화의 전당 야외 공연장이 있어 음악인들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뮤지시스(음악놀이터)였다.

경남 김해 문화의 전당에 위치한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 (사진=지디넷코리아)

내부의 모습도 그 이름에 충실했다. 연주는 물론 각종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된 각각의 공간은 대도시의 스튜디오를 따로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준을 갖췄다.

김정숙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콘텐츠 진흥팀 대리는 "뮤지시스는 음향조정실부터 메인홀, 피아노룸, 드럼룸, 보컬룸, 교육실까지 음악인들이 창작부터 음반완성까지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며 "경남 지역의 밴드들의 사용신청 사전예약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음악창작소(뮤지시스)는 앞으로 단순 음반 제작을 넘어 홍보영상 제작 및 음반 프로모션까지 함께 지원해 경남 대중음악 발전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뮤지시스는 사업 첫해부터 남다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경남의 우쿨렐레 뮤지션 '블루스리 밴드'와 뉴트로팝 밴드 '주로키 밴드'가 경남음악창작소 해외 쇼케이스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달 '케이팝 콘서트 베트남 쇼케이스'에 참가했다.

특히 이번 쇼케이스에는 베트남 호치민 총 영사관의 문화담당 영사를 비롯해 현지 음반 기획자, 베트남 문화예술잡지 대표 등 현지 음악산업 관계자가 참석하는 비즈니스 미팅도 열려 경남 뮤지션의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윤치원 원장은 이와 관련해 "경남 뮤지션과 경남 음악의 우수성 및 다양함을 알리고 베트남을 시작으로 아시아권에 경남 뮤지션 진출을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 인프라 구축 통해 콘텐츠 산업 황금시대 여는 경남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그간 진흥원이 주력해온 콘텐츠 산업 인프라 조성 사업이 내년부터 열매를 맺어 경상남도의 콘텐츠 산업 인프라가 균형 상태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경남 지역의 콘텐츠 산업 육성을 담당할 '경남콘텐츠기업육성센터(김해)'와 경남 지역의 콘텐츠 창업을 지원할 '콘텐츠코리아랩(창원)'이 내년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남 김해에 위치한 '경남콘텐츠기업육성센터' 공사 현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앞으로 경남콘텐츠기업육성센터는 ▲콘텐츠 기업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 ▲스타트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 ▲도시재생 및 로봇 콘텐츠 관련 해커톤 개최 ▲소외계층 지원프로그램 ▲시제품·마케팅·투자유치 지원사업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나아가 콘텐츠코리아랩은 아이디어가 콘텐츠 창작에서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경남 지역에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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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덕용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차세대문화산업팀 차장은 이에 대해 "당초보다 완공 일정(내년 2월→내년 6월)은 미뤄졌지만 이미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도민들에게 다양한 무료 교육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특히 웹툰 콘텐츠의 경우에는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연간으로 460여 명 정도가 혜택을 보고 있는데 공모전 등을 통해 입상하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콘텐츠코리아랩은 11월부터 각종 특강과 1인 크리에이터 교육,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통해 시제품 창작까지 지원하는 활동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콘텐츠코리아랩의 취지는 좋은 아이디어를 글로벌 콘텐츠로 키우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주된 목표이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까지 논스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요즘 1인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이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는 콘텐츠코리아랩과 별도의 교육 양성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