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올바르지 않은 생각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기계보다 인간이 더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람과 기계가 상호 보완하는 관계가 이상적이다."
17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4차산업혁명 페스티벌 기조연설에서 독일 공학한림원(acatech) 헤닝 카거만 이사회장(박사)이 이와 같이 밝혔다.
이날 헤닝 카거만 이사회장은 ‘제조 강국 독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면서 오는 2030년을 목표로 한 비전을 소개했다.
■ "인더스트리 4.0 보급에는 시간이 필요"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은 2006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주최한 디지털 서밋을 계기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SAP 회장으로 이 서밋에 참가한 헤닝 카거만 이사회장은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사물인터넷(IoT)과 서비스 인터넷(IoS)이 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인 인더스트리 4.0을 2007년 주창하게 된다.
헤닝 카거만 이사장은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독일 기업들의 인식 변화도 함께 소개했다. 인더스트리 4.0을 위한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고 답한 독일 기업들은 올해 53%를 넘어섰고 인더스트리 4.0을 향후 도입하겠다는 기업도 지난해 18%에서 올해 21%로 늘어났다.
특히 인더스트리 4.0이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필요 없다고 답한 기업은 2018년 9%에서 올해 3%로 대폭 줄어들었다. 헤닝 카거만 이사장은 "인더스트리 4.0에 대해 독일 내 기업들의 인식이 보편화되는 것은 좋은 성과지만 교육 등을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 "사람과 로봇이 협동하는 '하이브리드 팀'이 이상적"
인더스트리 4.0은 스마트 팩토리 뿐만 아니라 자율 주행, 스마트홈, AI 등 모든 영역에 자동화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AI와 로봇 등 일정 부분 인간을 대신한 자동화에 얼마나 통제권을 주어야 하는지가 문제로 부상한다.
헤닝 카거만 이사회장은 "많은 사람들은 인더스트리 4.0이 진행되면 결국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로봇보다 사람이 훨씬 더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사람과 로봇, AI를 탑재한 에이전트(소프트봇)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하이브리드 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람은 AR(증강현실)의 도움을 받아 작업을 수행하고 사람이 수행하기 어려운 작업은 로봇이 해결한다. 또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서는 로봇이 인간의 작업 방식을 배우고 적응한다.
■ "한국도 독일처럼 경쟁력 강화 가능.. 윈윈 이끌어낼 것"
헤닝 카거만 이사장은 이날 오는 2030년을 목표로 한 인더스트리 4.0의 새로운 비전도 함께 소개했다. 자율화와 상호운용성, 지속성을 목표로 디지털 생태계를 독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장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지속성은 제품 생산부터 판매, 재활용 등 제품 라이프 사이클을 선순환 구조로 바꾸어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현재 독일은 이를 위한 '순환경제 이니셔티브'를 추진중이다.
자율화는 데이터의 수집과 저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이용자가 목적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 제공자와 함께 데이터 저장 위치와 접근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해 데이터 생태계, 소비자, 데이터 구조 탈 중앙화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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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운용성은 독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다른 국가와 함께 향후 생길 수 있는 법적·윤리적 문제를 연대해 함께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한국과 중국·일본, 호주 등이 독일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헤닝 카거만 이사장은 "한국은 제조력 역량 면에서 독일과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협력을 통해 한국-독일 양국이 윈-윈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