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걱정은 NO”...스스로 충전소 만드는 완성차 업계

[이슈진단+] 대한민국 전기차 결산 ③ 충전소 확보 경쟁

카테크입력 :2019/12/13 13:53    수정: 2019/12/13 17:02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모델 3가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3월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 국내 최초로 모델 3를 전시했고, 차량 고객 인도는 8개월 후인 지난 11월부터 시작했다.

카이즈유 수입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3는 지난 11월 한 달간 국내에서 1천207대가 등록돼 전체 4위에 올랐다. 모델 3 때문에 테슬라는 브랜드별 판매에서 사상 최초로 5위에 자리하게 됐다.

모델 3 투입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 활기를 띈 반면, 아직까지 정부는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정착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법안에 대한 지자체 해석이 엇갈리면서, 해당 법이 유명무실 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눈여겨 볼 만한 점은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영향력 확대다. 배터리 셀 계약을 연장하거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구축하는 등 신형 전기차 판매와 생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또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 슈퍼차저 네트워크와 경쟁할 자체 충전소를 마련하는 것도 눈에 띈다.

지디넷코리아는 올해 전기차 이슈를 차량판매,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 문제, 배터리 업체 영역 확장 등으로 정하고, 해당 이슈별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리해본다. [편집자주]

■천장에서 내려오는 충전 커넥터 구축한 현대차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자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강화했다. 지난해 말 SK네트웍스와 체결한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소 구축 업무 계약이 충전소 설립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전기차 충전소 명칭은 바로 급속충전이 가능한 ‘하이차저’다. 이 충전소는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처음으로 생겼고, 순차적으로 설치 지역이 확대될 예정이다.

하이차저 명칭은 반가움, 친근함 등의 인사 표현인 ‘하이(Hi)’와 친환경적이며 미래 이동수단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전기차의 첨단기술(High-tech) 이미지를 담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이차저 충전기와 연결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이차저는 충전 속도와 편의성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kWh당 충전 단가가 210원이라서 비싸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하이차저는 국내 최고 수준의 350kWh급 고출력 충전 기술이 마련됐다. 800V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의 경우, ‘하이차저’를 이용하면 20분 내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350kWh급 충전을 지원받을 수 있는 차량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당분간은 이 충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은 현대차가 발표한 시간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이같은 단점과 제약조건이 있어도, 하이차저가 가진 차별점은 바로 커넥터 연결 방식이다. 충전 커넥터가 다양한 차량 충전구 위치를 고려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모터스튜디오 고양 내 하이차저 충전커넥터의 위치는 천장이다. 이 충전기는 어느정도 수준까지 자동으로 내려오며, 이용자들이 버튼을 통해 충전 커넥터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평소에 들기 힘들었던 충전 커넥터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이 충전기는 현대차가 대영채비와 서로 협력해 구축했다. 대영채비는 내년에 국내 출시되는 포르쉐 타이칸 차량 판매에 맞춰, 포르쉐 국내 매장에 고출력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대영채비 등과 협력해 자체 브랜드 이미지를 담은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월드몰에 자체 충전소 구축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올해 국내 시장에 자체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주차장에 마련했다. 급속충전기 뿐만 아니라 국내에 판매중인 E클래스, GLC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고객 등을 위한 완속 충전 장소도 구축한 것이다.

이 충전소의 이름은 ‘차징존’이다. 차지비 측과 함께 구축한 충전시설로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 충전 구역을 지향하기 위해, 벤츠 전용 충전 구간과 다른 전기차 고객 충전 공간을 정했다. 자체적인 충전 규격을 사용하고 있는 테슬라와 다른 전략이다.

벤츠 코리아는 ‘차징존’에 벤츠 엠블럼과 함께 친환경 브랜드 ‘EQ’를 새겨넣었다. ‘EQ’가 차량 뿐만 아니라 친환경 기술등을 아우르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국의 주요 시설물에 차징존을 확장해 EQ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시키겠다는 것이 벤츠 코리아의 설명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차징존' 모습 (사진=지디넷코리아)

국내에 출시된 EQC는 최대 110kW급의 전기차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롯데월드몰에 설치된 충전기는 100kW급의 충전기가 설치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앞으로 전국 각지에 자체 차징존을 구축해 ‘EQ의 해’ 시대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벤츠코리아가 속한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대한민국 전기차 충전 구축에 필요한 표준 문제 등을 제시하면서, 벤츠의 충전 인프라 확대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고 배터리로 전기차 충전소 만든 BMW 코리아

올해 완성차 업체의 충전소 구축 전략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BMW 코리아 스스로 중고 배터리를 모아 친환경 태양광 전기차 충전소를 만든 것이다.

BMW 코리아는 올해 제주도에 ‘e-고팡 충전소’를 구축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월정리 풍력발전단지 내에 위치한 곳이며, 단지 내 모든 전기가 풍력발전으로 공급되고 있는 곳이다.

e-고팡’의 고팡은 제주도 방언으로 저장창고를 뜻한다. 여기에 알파벳 e를 붙여 전기 에너지 저장소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제갈명식 BMW 코리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담당 매니저가 미디어 앞에서 e-고팡 충전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BMW 코리아는 사전에 제주도에 거주하는 BMW i3 고객을 대상으로 e-고팡 프로젝트 관련 추첨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신이 쓰고 있는 차량 내 i3 64Ah(암페어) 배터리를 e-고팡 충전소에 회수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선정되면, 더 큰 용량의 94Ah 배터리로 무상 교체받을 수 있는 혜택을 준 것이다.

결국 이 충전소는 다른 전기차 충전 고객들의 편의성과 기존 BMW 전기차 고객의 만족도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MW 코리아와 BMW 독일 본사 측은 아직까지 제주도외 다른 지역에 e-고팡 충전소 확대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소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 BMW가 더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꾸준히 수퍼차저 확대하는 테슬라

완성차 업체들의 견제를 받고 있는 테슬라는 현재 자체 충전 인프라 확대에 전념하고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이달부터 스타필드 하남 지상주차장에 슈퍼차저 급속충전기 6기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경기도 가평 설악IC 부근, 인천 송도 트리플 스트리트 등에도 수퍼차저 충전소 등에도 충전소를 연내 구축할 예정이다.

이본 첸 테슬라코리아 지사장은 지난달 22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모델3 딜리버리(인도) 이벤트'에서 "올해 안에 부산과 인천을 포함해 총 8개 지역에 수퍼차저를 신규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준공을 앞두고 있는 스타필드 하남 테슬라 수퍼차저 충전소 (사진=지디넷코리아)

이같은 테슬라코리아의 전략은 늘어나고 있는 모델 3 차량 판매와 충전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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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즈유 통계에 따르면, 모델 3는 지난 한 달 국내에서 1천207대가 등록돼 11월 전체 수입 신차 등록대수 4위에 올랐다.

테슬라코리아의 슈퍼차저 구축 속도는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른 편에 속한다. 모델 3에 대한 판매 효과가 지속될 경우, 테슬라코리아 스스로 이에 맞춘 자체 충전 전략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