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기대됐던 '데이터 3법'의 처리가 선행 절차인 법제사법위원회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넘기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3법 중 2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이 본회의 이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 논의에 발목을 잡혔다. 이는 앞서 법사위 소속인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나머지 1법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의 연관성을 문제삼으면서 "3법이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지난달말 예정됐던 본회의는 본회의대로 열리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을 저지하려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해 무산된 것이다. 이후 국회가 파행 상태지만, 선거법을 뺀 민생 법안부터 '원포인트'로 처리하자는 막후 논의가 전개됐다. 이에 대해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달중 본회의에서 데이터 3법이 처리될 여지는 남아 있다. 먼저 채 의원의 요구대로 정보통신망법이 법사위로 넘어온 다음, 3법이 함께 법사위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담당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을 잡고 정보통신망법을 통과시키면 된다.
그런데 과방위가 좀처럼 법안소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과 포털정상화법 논의 우선순위를 두고 대립 중인 과방위 소속 여야 위원들의 입장차 때문이다.
여야 입장차는 지난달 11일께 시작된 과방위 예산심사소위원회 파행을 낳은 이래 여전하다. 양측은 데이터 3법의 통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법안소위 개최 전제조건을 두고 서로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2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과방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법안소위 통과를 전제로 하는 '데이터 3법 우선 처리'를, 자유한국당은 '여론조작 방지 및 포털정상화법 통과'를 위한 법안소위 개최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이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은 상황에 정보통신망법 논의만 늦출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현재 여야 갈등 상황과 별개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 목적의 법안소위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후 포털정상화법에 대해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과방위 간사인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에서는 포털정상화법이 법안소위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법안소위 개최 이후 의원들 간 합의가 필요한 것이지, 간사 간 협의로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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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논의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예산소위에서도 결과적으로 당 의견이 수용되지 않은 사실을 고려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정보통신망법 선처리 제안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방위 간사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데이터 3법에 대해 협의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포털정상화법 논의를 전제로 법안소위를 개최하자는 것"이라며 "여당은 데이터 3법을 먼저 처리하자고 하는데, 데이터 3법이 처리된 이후에는 포털정상화법 논의를 위한 법안소위는 기약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