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 국회 본회의 구경조차 못했다

법사위 통과 불발…국회 갈등으로 연내 통과 미지수

컴퓨팅입력 :2019/11/29 17:05    수정: 2019/12/01 10:37

손예술, 김윤희 기자

데이터 관련 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법)이 29일 국회를 통과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데이터 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위원회(법안소위) 심사 관문을 넘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서 계류됐다. 국회 본회의 문턱도 밟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이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12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면서, 올해 정기국회서 데이터 3법 통과가 극히 불투명해졌다.

법사위 전체회의서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두고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통과에 제동을 걸은 상태다. 정기 국회가 끝나기 전 추가 논의를 통해 법안에 내재된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의사당

개정안의 쟁점 논의가 끝난다 하더라도 필리버스터 종료에 대한 여야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만약 정기국회가 아니라면 임시국회에서 개정법안을 처리할 여지는 있다. 여야 합의가 임시국회서라도 있다면 무쟁점 법안에 대한 통과를 기대해봄직 한 것.

금융위원회는 현재 법사위 등 사후 대응 전략을 논의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계류된 것"이라며 "추후 합의가 돼 무쟁점 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하면 연내 통과도 노려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의 두 법안 개정안 불발에 대해 납득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데이터 3법이 1년여 전 발의된 이후로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왔으며, 아직까지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국회가 그 동안 책임을 방기해온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여야가 데이터 3법을 처리하기로 여러 번 합의했음에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며 "국회에서는 법안에 대해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하나, 그 동안 데이터 3법이 산업계 주요 이슈로 대두된 것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법안소위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도 신용정보법과 함께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데이터 3법이 전부 통과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개별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이 경우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에 개인정보 관련 조항이 남아 있긴 하나 신법 우선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법률적 이슈가 발생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데이터 3법 중 어떤 법도 통과되지 못한 만큼, 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결정 국가 지위 획득도 요원해졌다. EU에서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법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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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R

EU는 GDPR을 기준으로 상대국이 충분한 개인정보 보호 법규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적정성 결정 국가 지위를 부여한다. 적정성 결정 국가로 인정받으면 EU 지역 시민 개인정보의 이전이 가능해진다. 적정성 결정 국가 지위를 보유한 국가의 기업은 EU 지역에서 빅데이터를 확보하기 유리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계류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기준으로 EU에서 적정성 평가에 대한 내부 보고서 초안을 완성해둔 상태"라며 "적정성 평가에 수반되는 비공식 작업은 다 마친 상태이고, 오늘 법안이 통과됐다면 이르면 내년 봄쯤 적정성 결정 국가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안타까워했다.